[이성필기자] 지난달 21일(이하 한국시간)부터 터키 안탈리아에 캠프를 차린 포항 스틸러스의 전지훈련이 첫 고비를 맞았다. 육체적 고단함과 정신적 피곤함이 동시에 몰려와 선수단을 괴롭히고 있다.
포항은 사흘간 체력 및 전술 훈련을 한 후 하루 연습경기를 치르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습경기 다음날에는 오전 휴식, 오후 회복 훈련으로 선수들의 부상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매일 훈련을 해도 아쉬울 상황에서 휴식을 철저히 보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해 선수단이 31명으로 줄어들면서 자칫 부상자라도 발생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훈련에서도 골키퍼 김다솔이 볼을 잡다가 어깨가 잔디에 밀리면서 근육에 타박상을 입는 등 잠시 아찔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힘든 훈련이 끝나면 나머지 시간은 개인적으로 활용하기에 달렸다. 지루한 객지 생활에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것도 동료들과 함께 한다는 점이다.
포항 선수단이 숙소로 사용 중인 크렘린 팰리스 리조트는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하다. 대신 투숙객들은 수영장, 헬스클럽, 라운지, 식당, 바 등 모든 내부 시설을 무료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라운지 옆 당구장은 포항 선수단이 여가 시간 자주 애용하는 장소 중 한 곳이다.
로비 곳곳에 배치된 소파는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선수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식사 시간을 전후로 자주 모여 인터넷 삼매경에 빠진다. 지난해 19세 이하(U-19) 대표팀에서 4골을 넣으며 스타가 된 문창진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팬 관리에 몰두하고 있다. 반면 유부남 신화용, 노병준 등은 아들, 딸들의 사진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복되는 훈련에서 재미를 유발하는 것은 역시 내기다. 선수들 일부는 5대2 패싱게임을 벌여 한 명에게 벌칙을 몰아주며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지난 30일에는 공격수 고무열이 벌칙의 주인공이 돼 아름다운 자선(?)을 베풀었다. 속칭 '마트털기'의 물주로 나선 것이다.
고무열과 함께 미니게임을 해 이겼던 이명주, 문창진 등은 숙소 매점으로 몰려가 간식거리를 거침없이 품에 안았다. 제품 가격이 시내 할인마트보다 1.5배나 비쌌지만 자기가 돈을 내지 않는 마당에 남 사정을 봐줄 필요는 없었다.
이것저것 집은 뒤 계산대에서 점원의 합산이 시작되자 고무열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계산대를 뚫어져라 보던 고무열은 100리라(한화 약 6만2천원)이 나온 것을 보고 황망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예상 이상으로 많은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주머니가 털리는 것은 한 순간, 승자의 여유를 즐기는 자는 뒤에서 웃을 뿐이다. 고무열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창진은 "맛있게 먹겠다"라며 가슴에 간식거리를 안고 유유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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