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FC서울 혼자 남았는데 그 정도야 뭐…"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은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에스테그랄(이란)의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관전했다.
당초 울산은 28일 서울과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르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서울이 ACL 4강에 진출하면서 서울-울산의 경기는 10월 20일로 순연됐다. 서울이 10월 3일(한국시간) 1천200m 고지대인 이란 테헤란으로 원정 2차전을 치르기 위해 28일 테헤란으로 출발하기로 결정한 것은 울산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덕분에 울산은 2주 가까이 실전 없이 체력을 비축할 시간을 얻었다. 물론 경기 순연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서울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때 예정대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승점 챙기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프로팀이라면 그런 전략을 구상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김호곤 감독은 서울의 편의를 위해 경기 일정 변경을 감수했다. 김 감독은 "ACL에서 서울이 유일하게 K리그를 대표해 홀로 남지 않았느냐.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ACL에서 잘 해줘야 한다"라고 전했다.
울산 역시 지난해 다른 팀들의 대승적인 양보로 일정 변경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연세대 제자였던 최용수 감독의 FC서울도 두 차례나 울산과의 경기 일정 변경에 동의하는 등 울산의 ACL 우승에 보이지 않은 도움을 줬다. 덕분에 울산은 사우디아라비아(8강 알 힐랄)와 우즈베키스탄(4강 분요드코르) 원정에서 모두 승리를 낚아오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받았던 고마움을 갚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서울의 일정이 쉽지 않다. 1차전 홈에서 무조건 이겨놓고 2차전 원정을 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홈에서 실점하지 말아야 결승 가능성이 있다"라며 따뜻한 걱정을 잊지 않았다.
이란 국가대표만 7명이 주전으로 뛰는 에스테그랄의 강한 전력,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홈구장 아자디 스타디움의 환경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올림픽대표팀 감독 시절 테헤란 원정 경험이 있는 김 감독은 "경기장이 고지대라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고 관중의 응원도 힘들게 한다. 현지 적응을 잘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테헤란으로 들어가야 한다"라고 서울을 위한 조언까지 전했다.
김 감독의 이런 생각을 알았는지 서울은 1차전에서 에스테그랄에 2-0으로 승리하며 결승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2차전 원정서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고 유리하게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는 소득을 얻었다. 김 감독은 "서울이 꼭 우승을 해서 K리그의 자존심도 지키고 아시아에 한국 축구가 강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라며 결승 진출과 우승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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