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아빠, 아빠하고 (최)정이 삼촌하고 누가 더 야구 잘해?"
어린 아들이 이호준(NC, 37)에게 물었다. 이호준은 대수롭지 않게 "정이 삼촌이 더 잘하지"라고 대답했다. 아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초등학생 아들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던 이호준은 "마음이 찡~ 하더라"며 "어린 마음에 학교에서 '우리 아빠가 더 잘한다'고 말하고 다녔을 것 아니냐"고 말하며 굳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올 시즌 개막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의 이야기다.
이호준은 기러기 아빠다. 지난 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SK에서 NC로 이적하면서 가족을 인천에 남겨 두고 창원에서는 혼자 살고 있다. 주말에 가족들이 가장을 만나기 위해 창원으로 내려오기도 하지만 함께 살던 것과는 엄연히 분위기가 다르다.
가족 전체가 창원으로 이사하는 방법도 고려해봤다. 하지만 초등학생인 큰아들의 전학 문제가 걸렸다. 아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이호준은 "내성적인 아들에게 전학은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스스로가 기러기 아빠가 되는 길을 택했다. 여느 부모와 다름없이 이호준에게도 자식의 교육이 먼저였다.
아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호준은 아들의 눈물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최정과의 비교에 별 뜻없이 해준 대답이었다. 그러나 이는 '최고의 야구 선수=우리 아빠'라고 생각하고 있던 아들에게는 상처가 됐다. 이호준에게는 하필(?) 비교 대상이 리그 최고의 타자 최정이었던 것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11살 차이의 최정, 이호준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일이다. 현 시점에서의 비교는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최정의 우세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호준은 '쿨'하게 이를 인정했지만 이로 인해 아들이 눈물을 보인 것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호준은 아들의 질문에 대답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기 이호준의 성적은 타율 2할8푼 10홈런 57타점. 타점 공동 2위, 홈런 공동 8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3할8푼3리에 이르는 득점권 타율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다.
아들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최정에게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타점(57타점)과 득점권 타율은 오히려 최정(54타점, 득점권 타율0.338)보다 앞선다. 팀을 지탱하는 버팀목으로서의 역할도 기록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이호준만의 가치다.
신생팀 NC에서 뛰게 되면서 더욱 빛나고 있는 이호준이다. 올 시즌 NC 타선은 이호준이 4번타자로 중심을 잡아주면서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무게감을 과시하고 있다. 경기 외적으로도 이호준은 NC의 젊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이호준은 자신의 방망이로 아들의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비록 최정처럼 타격 부문 각종 타이틀을 노릴 정도는 아니어도 올 시즌 이호준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4번타자다. '아버지' 이호준에게는 아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야구선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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