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역시 에닝요(32, 전북 현대)는 재간둥이였다.
전북 현대는 올 시즌 초반 에닝요의 부재로 애를 먹었다. 지난 시즌 막판 피로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오랜 재활을 했고 동계훈련에서도 몸이 올라오지 않아 은근히 걱정을 끼쳤다.
에닝요는 지난해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의 의지로 특별귀화를 추진했으나 논란에 휩싸이는 등 정신적으로 피곤한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8경기서 15골 13도움을 해내며 특급 날개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동국과의 콤비 플레이가 빛을 내며 부상자 속출로 신음하던 전북을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았다.
당연히 전북은 에닝요를 아꼈다. 완벽한 몸이 될 때까지 그라운드에 투입하지 않았다. 피지컬 코치였던 파비오 감독대행은 에닝요의 몸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그라운드 투입 시기를 저울질했다.
지난달 30일 수원 삼성전을 통해 복귀한 에닝요는 이달 3일 우라와 레즈(일본)와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F조 3차전 원정 경기에 나서 1골을 터뜨렸다. 우라와 골키퍼의 허를 찌르며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재치있는 슈팅을 날려 골망을 갈랐다.
분위기를 탄 에닝요는 이어진 우라와와의 홈 리턴매치에서도 또 한 골을 터뜨렸다. 이후 정규리그 3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완벽하게 기량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 이전보다 슈팅의 강도나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다양한 위치에서 센스있는 골을 양산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체력을 보강한 것이 큰 힘이었다.
몸 상태가 정상 수준으로 근접한 에닝요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조예선 5차전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전에서 다시 진가를 발휘했다. 특유의 승부 기질이 발동했고 팀을 살리는 힘으로 작용했다.
왼쪽 날개로 출발한 에닝요는 과감한 돌파와 세트피스의 키커로 전북 공격의 물꼬를 텄다. 전반 18분 날카로운 왼쪽 코너킥으로 감을 조율하더니 24분 미드필드 정면에서 골문을 향해 장거리 프리킥을 시도했다. 골키퍼 정면으로 갔지만 묵직했다. 38분 센스있는 가로지르기는 이동국의 골로 이어졌지만 부심의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에도 에닝요는 살아 있었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14분 상대 수비의 볼 트래핑 실수를 놓치지 않고 잡아낸 뒤 골라인에서 중앙으로 어렵게 패스했다. 알맞게 굴러간 볼은 박희도의 왼발에 강하게 맞고 골로 연결됐다. 에닝요의 부지런함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골이었다.
이후 에닝요는 좌우를 오가며 거침없이 무앙통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비록 골은 없었지만 에닝요는 팀 승리의 조력자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에닝요 덕분에 전북은 2-0으로 승리, 16강 진출 확률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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