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공 좋은데!"
민경수(SK)의 투구를 지켜보던 팀 동료들이 하나같이 감탄했다. 마지막 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은 뒤 당당하게 마운드를 내려오는 민경수를 향해 "나이스"라는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를 관전한 지역 초등학생들은 민경수에게 야구공을 내밀며 사인을 요청했다. 익숙한 듯 낯선 경험. 민경수는 멋쩍게 웃었다.
충암고와 경성대 졸업 후 2004년 LG에 입단한 민경수는 프로 통산 148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21홀드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했다. 군 제대 후 2010년 복귀해 몸을 빨리 끌어 올리려다 의욕이 앞서 어깨 부상을 당했고, 결국 LG에서 방출됐다.
무적 신분이던 민경수는 미국 진출을 모색하다 SK 입단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문학구장에서 재활을 해왔고,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부터 합류해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새로운 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민경수는 플로리다에 이어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눈에 띄는 피칭으로 SK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는 9회초 마지막 투수로 나서 세 타자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전현태와 오재필이 나란히 삼진으로 물러났고, 최진행은 2구만에 유격수 땅볼로 발걸음을 돌렸다. 투구 수는 11구로 경제적이었다.
자신감 넘치는 직구 위주의 피칭이 돋보였다. 최고 구속은 139㎞였지만, 체감 구위는 더 위력적이었다. 11구를 던지는 동안 변화구(체인지업)는 단 2구만 섞었다.
민경수는 "볼이 다소 높았지만 공격적인 피칭은 만족스러웠다. 감독님께서 주문하신 자신 있는 피칭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만수 감독은 "민경수가 마지막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빠른 직구와 체인지업이 좋았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특히 왼손 불펜투수가 부족한 SK 마운드에 민경수의 활약은 단비와도 같다. 박희수가 정우람의 입대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무리로 보직을 이동하게 됐고, 기존 박희수 자리를 대체할 선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간을 책임질 외국인 좌완 투수 영입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결국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선발로 배치돼 SK는 기존 투수 중 믿을 만한 왼손 불펜요원을 발굴해야 했다. 그리고 이만수 감독의 눈에 민경수가 들어왔다. 이 감독은 "앞으로도 이렇게 잘 던지면 왼손 불펜 요원으로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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