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 한 직원은 최근 정몽규(51) 신임 회장과 면담을 하러 들어갔다가 진땀을 흘렸다. 정 회장이 자신의 말을 자세히 들으며 꼼꼼히 메모까지 하는 장면을 보고 "혹시나 내 말이 나중에 화살로 돌아오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편하게 말하세요. 저는 아직 축구협회 업무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라는 정 회장의 말을 듣고는 정신을 차린 뒤 현장에서 느낀 점과 축구협회 행정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가감 없이 꺼냈다고 한다.
이 직원은 "축구협회 입사 후 조중연 전 회장이 과장급 이하 직원들과 집단으로 만난 적이 있었던 것 외에는 딱히 소통하려는 태도가 없었다. 그래서 정 회장과의 일대일 면담 자체가 너무나 어색한 것이 사실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낮은 자세로 직원인 자신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반말이 아닌 존댓말이 마음을 녹였다. 이 직원은 "상하 수직의 지시 언어가 아니라 마음이 편해졌다"라며 "나 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다. 나중에 업무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폐쇄적이었던 협회가 달라진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전해 듣는 행보만 봐도 그렇지 않느냐"라고 생각을 전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오너인 정 회장은 전임 조중연 회장처럼 축구협회에 상근하지 못한다. 그래서 최대한 시간이 나는 대로 축구회관을 들러 협회 업무를 파악 중이다. 업무 보고 등은 전자결제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시절과 비슷한 행보다.
협회 임직원 뿐 아니라 축구계 여야를 아우르는 통합에도 힘을 쓰고 있다. 선거에서 함께 경쟁했던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전 중등연맹 회장과의 회동은 물론 14일에는 전, 현직 축구대표팀 감독들과 오찬 모임을 갖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감독들과의 오찬은 연중 정례화라는 동의를 이끌어냈다.
향후 정 회장은 각 지역 축구협회장과 다시 한 번 만날 예정이다. 자신이 선거전을 통해 제시했던 '통합'의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일선 지도자들과의 만남, 각종 현장 방문도 추진 중이다. 대표팀의 크로아티아와 친선경기 격려차 영국을 방문했을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전한 축구회관 내 각 국실의 수평적 공간 통합도 밑그림이 끝났다.
축구협회 한 고위 간부는 "비교적 젊은 편이라 그런지 생각도 열려 계신 것 같다. 축구계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정책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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