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난해 12월, 당시 전남 드래곤즈 소속이었던 공격수 정성훈(34)은 방황 아닌 방황 중이었다. 전남과 재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친분이 있었던 김인완(42) 부산 아이파크 수석 코치가 대전 시티즌 감독에 취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부산 시절 김 감독과 인연이 있는 정성훈은 문자로 '감독이라니 뭔가 어색하네요'라며 양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김 감독의 사진을 보냈다. 물론 장난스러운 축하 인사였다.
이 와중에 전남 구단은 모기업 포스코의 철강경기 악화 영향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었다. 고액 연봉자였던 이운재가 은퇴를 했고 정성훈 역시 잔류와 이적을 놓고 선택을 해야 했다. 마침 하석주 전남 감독도 다른 팀에서 영입 제안이 오면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정성훈은 대전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에게 넌지시 "저 좀 영입해주세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김 감독에게서 돌아온 답은 "너 너무 비싸서 안 된다"라는 거절이었다. 그러나 주전급으로 뛰고 싶은 열망이 가득했던 정성훈은 연봉 대폭 삭감을 감수하며 주저 없이 김인완호에 올라탔다. 김 감독과의 인연뿐 아니라 대전은 정성훈이 지난 2004~2007 시즌 뛰면서 나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대전 유니폼을 입자마자 김 감독은 정성훈에게 총대를 메도록 했다. 최선참인 그가 팀 분위기를 잡아주기를 바랐다. 주장 박진옥(31)이 전체적으로 총괄을 한다면 정성훈은 조언자로서 젊은 선수들을 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13 시즌을 앞두고 1차 전지훈련지인 제주 서귀포시 숙소 칼(KAL) 호텔에서 22일 만난 정성훈은 "요즘 인터뷰를 하면 부담 없냐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는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시즌 시작되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태클을 시도하는 등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라며 온 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음을 전했다.
올 시즌 목표는 가슴속에 담아뒀다. 최근 세 시즌 동안 전북과 전남에서 교체 요원으로 활약했던 기억을 지우고 팀의 중심으로 거듭나는 만큼 몇 골을 넣겠다는 식의 의지 표현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런 그를 두고 김인완 감독은 "15골은 넣어라"라며 볼 때마다 압박하고 있다. 덧붙여 "네가 공격포인트를 많이 기록하면 우리팀은 중위권에 있을 것이다"라며 드러내놓고 부담을 안긴다.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는 정성훈은 "일단 약속은 했다. 공격수는 욕심이 있어야하지 않느냐"라며 김 감독의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겠다며 웃었다.
자극제는 또 있다. 동갑내기 절친 이동국(전북 현대), 김은중(강원FC)의 존재다. 이 중 이동국은 지난해 국내 선수 최다인 26골을 넣으며 득점 2위에 올랐다. 한국 프로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이동국을 보면서 자신도 더욱 분전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정성훈은 "정말 독을 품고 할 것이다.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라며 기대감도 나타냈다.
후배들을 이끄는 힘은 역시 말이다. 정성훈은 재치 만점의 분위기 메이커로 불린다. 후배들 앞에서 솔선수범하면서도 때론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대전의 선수층이 나쁘지는 않다. 중위권도 가능하다. 한 명 남은 외국인 선수 영입이 잘 되고 부상자들이 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든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라며 대전의 비상을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