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독일(분데스리가) 간다고 했을 때 충분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베이비 지(Ji)' 지동원(22, 아우크스부르크)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에서의 설움을 딛고 독일에서 날개를 펼 기회를 얻었다. 이런 제자의 활약을 지켜본 스승도 남다른 기쁨의 감정을 표현했다.
지동원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에스프리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2~13 독일 분데스리가' 18라운드 뒤셀도르프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아우크스부르크의 3-2 승리에 일조했다.
이번 시즌 선덜랜드에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지동원은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2012 런던 올림픽 영국과 8강전에서 화끈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뽑아내며 실력 과시를 했지만, 자국 선수와 즉시 전력감을 우선 기용하는 마틴 오닐 감독의 성향에 따라 벤치와 2군 설움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올초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뒤 확 달라졌다. 연습경기에서 골맛을 보며 잠재된 기량을 보여줬고 분데스리가 데뷔전이었던 뒤셀도르프전에서는 구자철의 골에 시발점 역할을 했다. 지동원은 수비수 두 명을 따돌리고 베르너에게 패스를 했다. 이를 받은 베르너의 가로지르기가 구자철에게 연결돼 골로 이어졌다.
2008년 광양제철고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지동원을 키운 김인완(42) 대전 시티즌 감독은 제자의 활약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지훈련지인 제주도 숙소 서귀포 칼(KAL) 호텔에서 22일 만난 김 감독은 "우리 시간으로 21일 아침에 (지)동원이와 통화를 했다. 잠들다 전화를 받았는데 경기 끝나고 여섯 시간 반을 버스 타고 돌아와서 피곤하다고 하더라. 현지 시간으로 새벽 세 시 반에 숙소에 도착했다더라"라며 제자와의 통화를 소개했다.
아우크스부르크 데뷔전을 무사히 치른 데 대해 칭찬을 했다는 김 감독은 "더 자라고 하니 일어나서 오전에 회복 훈련을 나가야 된다고 하더라"라며 "그래도 경기를 뛰었으니 기분은 좋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인내심이 좋은 지동원의 성격이 선덜랜드에서의 설움을 이겨내고 아우크스부르크에서의 활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동원을 지도할 당시 아이들에게 혼을 많이 냈었는데 동원이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알아서 잘한다. 한 번은 '너 정말 잘한다'라고 칭찬하니 그렇지 않다며 겸손해 하더라. 원래 인성이 좋았다"라고 자만하지 않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지동원을 칭찬했다.
이어 "독일에서 충분히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지동원이 영국인이고 (마틴 오닐 감독에게서) 기회를 더 얻었다고 생각해봐라. 더 좋은 선수가 됐을 것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같이 뛴 다니엘 스터리지나 아론 램지가 동원이보다 낫다고 볼 수도 없다"라며 새로운 무대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음을 확신했다.
이제 남은 것은 지동원의 자신감이다. 김 감독은 "실력의 반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과감하게 플레이에 나서다보면 더 잘 될 것이다"라며 장밋빛 미래가 가능함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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