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불과 20초가 늦은 아까운 탈락으로 보였지만 사령탑은 냉정하게 결과를 평가했다. 단 2초가 늦었어도 탈락은 탈락이라는 것이다.
LG의 비시즌 통과의례가 된 체력테스트가 지난 7일 실시돼 두 명의 탈락자가 나왔다. 이동현과 우규민이 그 주인공. 그 중 우규민은 4천m를 20분 안에 뛰어야 한다는 통과 조건에서 겨우 20초 늦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언뜻 안타까운 탈락으로 보였다. 허리 통증으로 인해 장거리 달리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규민은 최선을 다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기록을 3분 이상 단축시켰기 때문. 기준에 불과 20초 늦었다는 점도 아쉽기만 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20초가 아니라 2초 차이로 들어오지 못했더라도 탈락은 탈락이라는 것이다. 정해진 기준은 정확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반대 케이스로 봉중근은 기준보다 5초 빠른 19분 55초에 결승선을 통과해 합격 판정을 받았다.
김 감독은 "허리가 아프면 허리 보강을 했어야 한다"며 "80~90명이 통과하는 걸 둘만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이어 김 감독은 "이진영이 그러더라. 5바퀴째가 고비였다고. 그 고비를 넘고 못 넘고의 차이"라며 "시즌을 치르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팀이 항상 고비를 넘지 못하지 않았나. 선수 개개인이 고비를 넘을 줄 알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보다 나아진 기록이라는 점이 그나마 김 감독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기준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 우규민과 이동현은 당초 8일 사이판 전지훈련 캠프지로 출국하려던 일정을 변경해 국내에 남아 훈련을 시작하게 됐다.
우규민도 자책하고 있다. 허리 통증을 참아내며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결과는 20초 늦은 탈락이었다. 특히 2년 연속 탈락이라는 점에 부끄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준비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랬기 때문에 원통한 마음이 더욱 컸다.
하지만 우규민은 지난해 역시 스프링캠프 후반기에 합류한 뒤 정작 시즌이 시작되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동현도 마찬가지. 우규민은 팀 내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92.2이닝을 던지며 4승4패1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했다. 이동현도 2승2패6홀드 평균자책점 3.02로 선전했다.
올 시즌에도 우규민은 시즌 성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그 전에 캠프에 늦게라도 합류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김기태 감독의 냉정한 잣대에 2년 연속 체력테스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선수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