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프로 데뷔 5년차 시즌을 앞두고 벌써 4개나 등번호를 경험한 선수가 있다. LG 트윈스의 유격수 오지환(22)이다.
오지환은 2013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기존 52번에서 2번으로 바꿨다. 올 시즌 달았던 52번은 삼성에서 트레이드 돼온 손주인에게 넘어갔다. 오지환의 이번 등번호 변경에는 2번을 달고 있는 메이저리그 명 유격수 데릭 지터를 닮겠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오지환의 등번호 변경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다름아닌 응원용 유니폼 때문이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과 등번호를 새긴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장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됐다. 하지만 선수가 등번호를 바꾼다면 그 선수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은 '구식'이 되고 만다. 2013년에는 '52번 오지환'이 그렇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오지환의 등번호 교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지환은 지난 2009년 LG에 입단하면서 9번을 배정받았다. 당시 '큰' 이병규가 일본 주니치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9번을 새기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듬해 이병규가 LG에 복귀하면서 자연스럽게 9번은 이병규에게 돌아갔다.
9번을 '원주인'에게 돌려준 오지환은 2010년부터 7번을 달았다. 거기에는 7번을 달았던 LG의 레전드 중 한 명인 김재현과 같은 대형 좌타자가 되라는 구단의 기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오지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2년간 달았던 7번을 또 다른 이병규에게 양보했다. 같은 좌타자인 '작은' 이병규가 7번을 원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달게 된 번호는 52번. 상무에 입단한 투수 이범준이 달던 번호다. 그리고 내년 시즌에는 다시 2번을 달게 됐다. 2009년 데뷔 후 벌써 4번째 얻은 등번호다.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는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등번호를 교체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오지환처럼 잦은 변경은 드문 일이다.
그러나 정작 오지환은 본인이 원해서 변경한 경우가 거의 없다. 9번은 대선배이자 원래 주인이었던 큰 이병규(38)에게, 7번 역시 선배인 작은 이병규(29)에게 양보했다. 52번 역시 공교롭게도 선배인 손주인(29)이 달게 됐다. 2번을 새롭게 달게 된 데에는 김기태 감독의 권유가 작용하기도 했다.
오지환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LG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주전 선수라고는 하지만 아직 팀내 서열은 한참 낮은 축에 속한다. 등번호 선택에 있어서 자율권이 약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덕분에 오지환을 응원하며 유니폼을 구입했던 팬들도 혼란을 겪게 됐다.
등번호는 선수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박찬호 하면 '61번'이 떠오르는 것이 그 예다. 자주 바꿔서 좋을 것이 없다. 오지환에게도 자신을 상징하는 번호가 필요하다. 새로 받은 2번이든 또 다른 번호든, 오지환이 오래도록 달 수 있는 등번호가 생기길 기대해 본다.
◇오지환 등번호 변천사
2009년 9번→2010년 7번→2012년 52번→2013년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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