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이)근호는 보내줘야 되는데 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는 오는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릴 예정인 'AFC 어워드'에 이근호가 '올해의 선수상', 팀이 '올해의 프로팀', 김호곤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행복한 울산이지만 곤란한 상황이기도 하다. 시상식 당일에는 부산 아이파크와 43라운드 경기가 예정돼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만 4골 7도움을 기록하는 등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만점 활약을 한 이근호의 수상은 유력한 편이다. 경쟁자들에 비해 팀 공헌도 등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전을 앞두고 만난 울산 김호곤 감독은 "일단 팀은 상을 받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
울산은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SC(쿠웨이트)와 올해의 프로팀을 놓고 경쟁한다. 알 아흘리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상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울산의 수상은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이근호와 감독 자신이다. 올해의 선수상은 수상자가 반드시 행사장에 참석해야만 상을 받을 수 있다. AFC만의 독특한 제도로 과거 박지성(퀸즈 파크 레인저스)이 강력한 수상 후보였음에도 시상식 불참으로 상을 받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 감독은 "과거 내가 대한축구협회 전무 시절 AFC 어워드에서 그랬다. 지금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근호를 보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선수 개인에게는 큰 영광의 자리인 만큼 군입대를 앞둔 이근호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시상식에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울산이 올해의 프로팀 상까지 받게 된다면 이근호가 팀 대표로 나가서 수상하면 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주장 곽태휘까지 보내기에는 정규리그 일정이 이어지고 있어 곤란하다는 것이다.
감독상 후보에 오른 자신에 대해서는 "상을 준다면 타면 되지만 나 말고도 올림픽 축구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홍명보 감독도 있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올해의 감독상은 선수상과 마찬가지로 행사장에 참석해야 수상이 가능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참석해야 되는 것이 맞는 것으로 안다. 과거 감독상을 비롯해 다른 상에서 대리 수상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무패로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이 있다. 물론 홍명보 감독도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이라는 업적을 이뤄 누가 상을 타게 될 지는 모른다. 일본 여자축구의 올림픽 은메달 획득에 공헌한 사사키 노리오 일본 여자축구대표팀 감독도 후보로 있어 쉽게 수상을 점칠 수 없다.
고민 중인 김 감독은 "좀 더 알아본 뒤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경기도 있는데 벤치를 비우기도 어렵지 않느냐"라며 고민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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