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팀 창단 후 첫 아시아 정상에 오른 울산 현대의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오는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울산은 1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이기고 우승하며 클럽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다.
우승까지 이르기까지 긴 과정에서 고비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김호곤 감독은 신중한 선택 후 빨리 실행에 나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머뭇거렸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던 것이다. 울산을 위기에서 구한 세 가지 결정적 선택이 그랬다.
'감바 오사카 3인방'의 영입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은 일본 감바 오사카에서 이근호를 불러왔다. 이도 모자라 그의 단짝 김승용도 영입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는 하피냐까지 수혈했다.
이근호는 지난해 감바에서 15골을 넣었다. 감바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큰 활약을 했다. 감을 찾은 뒤 국내 복귀한 이근호는 좌우 날개는 물론 처진 공격수를 두루 소화하며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이근호의 멀티플레이어 능력은 중요했다. 루시오가 팀을 떠나고 대체 자원으로 꼽히던 고창현은 훈련량 부족에 연봉 협상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시즌 시작이 늦었다. 이근호는 두 몫을 해내며 울산의 초반 레이스를 주도했다.
이근호와 부평고 동문인 김승용도 만능이었다. 이근호와 쌍둥이라고 해도 될 만큼 플레이도 비슷했고 포지션도 똑같았다. 눈빛만 봐도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지 알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김승용은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8강 2차전에서 2도움을 기록하며 4-0 승리에 일조했고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 4강 1차전에서도 두 번의 날카로운 킥으로 골을 도왔다. 원정이라는 악조건에서 발휘된 그의 재능이 승리를 불렀다.
하피냐는 '신의 한 수'라고 해도 될 만큼 탁월한 영입이었다. 지난해 감바에서 이근호, 김승용과 호흡을 맞췄던 하피냐는 울산에 온 뒤 정규리그 14경기에서 5골 1도움으로 기량을 뽐내더니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0경기 6골로 날았다. 알 힐랄과 8강 1차전 1-0 승리의 결승골로 원정 부담을 덜어줬고 2차전에서도 전반 24, 27분 연속골을 넣으며 승리에 공헌했다.
하피냐의 순간적인 움직임과 공간을 침투하는 능력은 최고였다. 수비를 개인기로 흔들며 빠른 슈팅 타이밍으로 벽을 무너뜨리는 판단력도 좋았다. 울산 스타일에 빨리 녹아들며 보여준 적응력도 일품이었다.
'소리없는 중앙 미드필더' 에스티벤 조련
시즌 시작을 앞두고 김 감독은 원톱 아래서 휘젓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필요했다. 철퇴 축구를 구사하지만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공격의 단조로움이 노출되는 것 같아 걱정이 컸다. 고민끝에 전북 현대에서 루이스를 불러오고 중앙 미드필더 에스티벤을 보내려 했다.
윈-윈 트레이드가 되는 듯했지만 에스티벤이 거부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심기가 불편해진 김 감독은 에스티벤의 속마음을 확인하지 않고 냉각기를 가졌다.
그러나 에스티벤은 곧 복덩이가 됐다. 이호, 고슬기 등 중앙 미드필더들과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적당한 파울과 상대에 대한 압박은 K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에스티벤은 팀 내 유일하게 챔피언스리그 12경기 1천80분을 모두 소화하며 철인처럼 활약했다.
김 감독도 그를 전적으로 신뢰했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 중동 등 타 팀의 이적 유혹을 막으며 에스티벤을 지켰다. 에스티벤은 "다른 팀의 제의를 거부한 것은 내가 원해서였다. 울산과 동료들이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A대표 4인방'의 과감한 휴식
지난 10월 울산의 챔피언스리그 여정에 중대 고비가 찾아왔다. 3일 알 힐랄 원정 2차전을 시작으로 31일 분요드코르 4강 원정 2차전까지 장거리 원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 대표팀은 17일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 원정 경기를 치렀다. 곽태휘, 김신욱, 김영광, 이근호 등 울산의 A대표 4인방에게는 극도의 피로와 시차 적응 등 신체 리듬을 무너트리는 악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김 감독은 이들에게 빡빡한 훈련보다는 휴식을 통해 기량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대표팀의 이란 원정 후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고 곧바로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게 했다. 이들은 중간 경유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휴식으로 피로를 풀었고, 타슈켄트 원정에서 울산의 3-1 승리를 제조한 뒤 국내로 복귀했다.
이어진 K리그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전에서도 김 감독은 과감하게 이들을 빼고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며 피로 회복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분요드코르와의 홈 2차전과 결승전 승리라는 달콤한 열매가 맺어졌다. 대표선수들의 기본기를 믿고 휴식을 준 것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우승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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