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다른 어떤 우승보다) 이게 더 큰 것 같습니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그는 김호곤 감독보다 더 높이 점프하며 환호했다. 눈물이 나올 뻔했지만 우승의 기쁨에 웃는 시간조차 부족할 정도였다.
현역 시절 '가물치'로 불리며 울산 현대에서 371경기에 출전, 110골 54도움을 기록하며 '레전드'가 된 김현석(45) 울산 수석코치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남달랐다. 10일 울산이 홈에서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꺾고 우승하는 순간 김 코치가 느낀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현석 코치는 현역 시절 울산의 우승마다 주인공이었다. 1995년 아디다스컵에서는 7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득점왕과 함께 우승을 일궈냈다. 1996년 정규리그에서는 8골 8도움을 해냈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수원 삼성에 역전극을 펼치며 최우수선수(MVP) 선정과 함께 첫 우승을 맛봤다.
1998년 아디다스 코리아컵에서도 그는 10경기 11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역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5년 정규리그 우승 당시에는 코치로 함께했다. 울산의 빛나는 역사에서 김현석을 빼놓고는 얘기할 거리가 없을 정도로 그는 우승 제조기였다.
그런 김 코치도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은 신기했던 모양이다. 김 코치는 "평생에 한 번 해볼까 말까 한 경험인데 정규리그 우승보다 훨씬 기쁘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너무 흥분해서 '통통' 뛰었다"라고 감동을 표현했다.
벅찬 우승 뒤에는 합당한 감격의 이유가 있는 법, 그는 "지도자로 성취감을 느꼈다. 너무나 울컥 했다"라며 코치 생활에서 정말 소중한 우승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김 코치는 공격진을 조율했다. 이근호, 김신욱, 김승용, 하피냐, 마라냥 등 개성 넘치는 공격수들의 조화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울산은 12경기에서 27골을 몰아쳤다. 결승 상대 알 아흘리(19골)보다 8골을 더 넣었다. 경기당 2.25골이라는 순도높은 득점력을 제조한 것이다.
특히 4골 7도움을 해내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이근호의 일취월장에 김 코치의 기쁨도 남달랐다. 그는 "(이)근호의 우승 열망이 대단했다. 열정적인 플레이에 투혼을 불사른 것이 MVP로 이어진 것 같다. 우승 후 근호가 나를 안으면서 '코치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할 때는 너무나 좋았다"라고 평생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김호곤 감독을 곁에서 보좌하며 지도자 인생에 중요한 것을 습득했다는 김 코치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김 감독에게)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 보였다. A대표팀 차출에 빡빡한 K리그 일정으로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걱정도 많으셨다. 하지만, 어느 순간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는 감독님의 선택을 보면서 또 한 번 배웠다"라며 울산의 새 역사 창조에 일조하며 스스로도 지도자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