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의 주장은 중앙 수비수 정인환(26)이다. 당초 인천의 주장은 정인환이 아닌 김남일(35)이 될 뻔했다. 그러나 김남일의 고사로 선수들의 비밀투표가 실시됐고 정인환이 골키퍼 유현을 두 표 차이로 물리치고 주장이 됐다.
정인환의 책임감은 남달랐다. 처음 맡은 주장이었지만 '소통'을 내세우며 궂은 일을 묵묵히 소화했다. 7년차 K리거로 기량도 서서히 무르익을 때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 선임은 적절했다.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졌다. 그 전까지 정인환에게는 '파이터' 이미지가 박혀 있었다. 상대의 마크에 팔꿈치 사용은 기본이었다. 의도적이지 않은 습관이라고는 했지만 위험한 행동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주장의 무게감을 느낀 그는 자신의 플레이가 팀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인지하고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에 나섰다. 이는 기록에 그대로 반영됐고 지난 시즌보다 9경기를 더 치르고도 파울은 적게 하는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경고도 마찬가지, 2008, 2010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21경기를 뛰며 K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7장을 받았다. 올해는 33경기에서 7장을 받았다. 경기수가 많아지면서 자기 관리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코칭스태프의 분석이 따랐다.
좋은 일은 같이 온다고, 정인환은 A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지난 8월 15일 잠비아전에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17일에는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을 통해 원정경기 데뷔전도 치렀다.
원정 데뷔전의 무게감은 상당했다. 이란이라는 껄끄러운 상대에 10만 관중의 소음까지, 정인환에게는 생경한 장면이었다. 초반 15분 정도는 얼어 있었지만 이내 적응하면서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이란 원정에서 돌아온 정인환은 21일 전남 드래곤즈와 36라운드 원정에 동행했고 경기에서 나섰다. 귀국 후 사흘 만의 출전이었다. 무리한 일정이었고 김봉길 감독도 그에게 휴식을 주려 했지만 정인환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27일 광주FC전에서도 그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인천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인천은 광주전 승리로 그룹B에서 가장 먼저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하며 남은 경기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팀 선배 설기현은 정인환 칭찬에 바빴다. 그는 "해줄 이야기는 없지만 너무나 잘하고 있어 좋다. 대표팀에 갈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준 것 자체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 같다"라며 "주장이고 책임감도 있는 선수다. 대표팀 다녀오니 영향력도 세졌더라"라고 웃었다.
김봉길 감독도 마찬가지. 김 감독은 "전남전을 앞두고 휴식을 주려고 했는데 본인이 꼭 나서겠다고 하더라. 자칫 부상 위험이 따를 수 있는데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더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변의 칭찬에 정인환은 몸을 낮췄다. 그는 "A대표팀에서 풀타임을 뛰었는데 돌아와서 몸이 안 좋다고 휴식을 취하면 부정적인 시선이 따를까 봐 그랬다"며 강한 정신력이 자신을 그라운드로 이끌었다고 전했다.
정인환은 광주전에서 오른쪽 무릎과 발목이 약간 꺾이는 부상을 입었다. 다행스럽게도 심하지는 않아 사흘 정도 휴식을 취하면 회복할 수준이다. 그는 "많이 지친 게 사실이지만 팀이 잘 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할 것이다. 내 것만 챙기지 않고 팀도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성숙된 의식을 보여줬다.
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다음달 14일 호주와 평가전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다는 의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사실 이란전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내가 선발로도 나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지속적인 A대표 발탁으로 브라질 본선까지 가겠다고 선언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