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가 플레이오프에서 올 가을잔치를 접을 위기를 맞았다. 남은 기회는 단 한 번. 이제 '가을 DNA'를 넘어서 '11212 DNA'를 기억해야 할 때다.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SK가 롯데에 플레이오프 전적 1승 2패로 뒤졌다. 20일 4차전마저 내준다면 SK는 허무하게 돌아서야 한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도 않았다. 남은 두 경기를 모두 가져온다면 SK의 저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사상 첫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대기록도 세운다. 롯데가 일궈낸 반격의 2승을 SK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이만수 감독은 선수들의 가을 본능을 수차례 강조했다. 2007년부터 한국시리즈 진출을 놓친 적 없는 선수들의 경험이 큰 자산이었다. 한 발 더 움직이는 지능적인 플레이, 상대 빈틈을 파고드는 예리함은 SK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그 결과가 '11212'다. 최근 5년 SK의 시즌 최종 성적이다. SK는 김성근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세 차례 우승, 두 차례 준우승을 일궈냈다. 역대 최다 10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KIA(해태 시절 포함)와 두 번째로 많은 4차례 우승을 일군 현대도 달성하지 못한 대업이다.
위기가 낯설지도 않다. SK는 20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2패 뒤 4연승을 거두는 놀라운 힘을 보여줬다. 2009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2패 후 3승이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서는 롯데와 만나 1승씩을 주고받으며 최종전까지 끌고 가 결국 5차전에서 이겼다. 올 정규시즌에도 6위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2위로 시즌을 마치고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숱한 장애물을 넘고 결국 마지막에 웃었다.
물론 불안요소는 남아있다. 시즌 전부터 우려했던 선발진 공백이 현실이 됐고, 타선은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꼬이기 시작하자 흔들림 없었던 수비에서도 빈틈이 보인다.
하지만 선수들의 여유와 자신감은 여전하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투수였던 김광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펜 에이스 박희수도 "팀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다"며 패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역전의 명수' SK의 화끈한 뒤집기 한판이 또 실현될 수 있을까. 단순히 '가을'의 기억을 넘어 지난 5년간의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힘, 분위기를 가져온 뒤 상대 숨을 막는 SK의 강점이 발휘돼야 할 순간이다. 금자탑을 쌓아온 '과정'을 기억해야 한다.
SK는 20일 마리오를 선발로 앞세워 4차전 승리를 노린다. 상대 롯데의 선발은 진명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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