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96㎝의 장신 공격수가 최전방에 서 있다면 소위 '뻥 축구'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월한 신장을 이용해 상대를 현혹하며 기회를 잡아나가는 고급스러운 공격 과정을 만들었다. 그 효과는 릴레이 골로 이어졌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9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카타르와 1차전에서 4-1로 크게 이겼다.
한국은 1-1이던 후반 10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빼고 196㎝의 장신 김신욱(울산 현대)을 투입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구자철이 난조를 보여 신장의 우세를 이용한 플레이로 반전을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효과 만점이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의 코너킥을 곽태휘(울산 현대)가 머리로 받아 역전 헤딩골을 터뜨렸다. 김신욱은 볼의 궤적을 따라 움직였고 그에게 두세 명의 수비가 달라붙었다. 수비수들이 그의 신장에 시선이 쏠린 사이 곽태휘에게 기회가 간 것이다.
김신욱 효과는 한국 공격 루트가 다양한 방면으로 분산되는 효과를 낳았다. 이동국이 좌우로 벌려 움직이며 카타르 수비 공간을 깼고 좌우 날개 김보경과 이근호가 중앙으로 파고들며 후방에서 패스를 받는 등 유기적인 움직임이 이어졌다.
역전골에 간접 기여 후 해결사 본능을 발휘한 김신욱은 머리가 아닌 발로 골을 터뜨렸다. 후반 20분 이동국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아크 정면으로 연결한 볼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골문 왼쪽 구석을 갈랐다. A매치 8경기 출전 만의 데뷔골이었다.
35분에도 김신욱은 기성용이 올린 왼쪽 코너킥을 따라가며 수비를 분산시켰다. 볼은 김신욱을 지나 뒤로 흘렀고 이근호의 헤딩골로 이어졌다. 조커 역할을 김신욱이 톡톡히 해낸 것이다.
김신욱은 소속팀 울산에서도 지난달 30일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높이의 위력을 과시하며 1골을 터뜨리는 등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이근호와 콤비플레이로 울산의 '철퇴 축구'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헤딩은 물론 슈팅 연습에 몰두해 킥력이 더욱 좋아지고 있다. 머리와 발 모두 사용 가능한 김신욱의 비상으로 향후 최강희호의 확실한 공격 카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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