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만족이요? 천만에요. 불만족스럽습니다."
이토 쓰토무 두산 수석 코치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그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팀 신예 포수 최재훈을 두고서 한 말이다.
최재훈은 지난 18일 잠실 삼성전을 마친 뒤 깜짝 스타로 등극했다. 그의 활약상을 다룬 기사가 쏟아졌고,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도 올랐다.
최재훈의 활약은 눈부셨다. 주전 포수 양의지의 부상으로 시즌 첫 선발출장한 그는 절묘한 투수리드로 두산 선발 이용찬의 첫 승을 뒷받침했다. 특히 강력한 어깨와 동물적 감각을 바탕으로 경기 후반 위기 상황에서 크게 빛을 발했다.
두산이 4-3으로 쫓기던 9회초 홈으로 쇄도하던 동점주자 강명구를 완벽한 블로킹으로 태그아웃 처리했다. 계속된 2사 2루에선 방심한 주자 손주인을 정확한 견제구로 잡아내 경기를 스스로 매조지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토 코치는 이런 최재훈이 무척 대견스럽다는 투다. "18일 (최)재훈이 경기 모습에 만족하지 못한다. 좋은 모습과 거리가 멀다"고 눙을 치면서 "그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재훈이가 경기에서 잘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잠재력을 보유한 선수다. 우리팀에는 (양)의지와 (용)덕한이라는 포수가 있다. 아직 이들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지만 뛰어넘도록 노력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재훈은 이토 코치의 '양아들'로 여겨질 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최재훈은 정해준 훈련 시간 외에 이토 코치로부터 '특별 과외'를 받는다. 블로킹과 송구, 미트질, 주자견제, 사인 등 세밀한 부분까지 집중 지도를 받는다.
19일 오후 훈련을 마친 뒤에도 이토 코치는 최재훈의 어깨를 정겹게 감싸고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스프링캠프부터 심혈을 기울여 키운 '작품'이 주목을 받는 것에 뚜듯해하는 모습이었다.
이토 코치는 두산을 승리로 이끈 9회 상황에 대해 "9회초 2루 주자를 송구로 잡은 것도 좋았지만 앞서 홈으로 쇄도하는 동점주자를 막아낸 것도 훌륭했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최재훈은 "(강명구를 잡은) 9회 수비는 (김)현수 형의 송구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2루 주자 손주인을 잡은 송구도 사실 유격수 (손)시헌이 형이 베이스에 재빨리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모두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최재훈은 "병역을 해결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뛰어넘을 산이 많다. 반드시 성공해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최재훈이 출장한 3경기서 두산은 내리 승리를 거뒀다. 주전 포수 양의지는 곧 복귀한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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