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지난 겨울 임태훈(두산)이 풀타임 선발투수로 전업하자 야구계에선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았다. 프로 생활의 거의 전부를 구원투수로만 보낸 그다. 그것도 지난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여서 새 보직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모든 건 기우였다. 수술 후유증은 없었고, 선발투수로서 쾌조의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임태훈은 17일 잠실 삼성전에서 5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지난 11일 청주 한화전 6이닝 무실점에 이은 또 한 번의 호투다. 이제 시즌 2경기를 소화했을 뿐이지만 합계 1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을 마크하고 있다.
전날인 월요일이 휴식일이어서 임태훈은 평소보다 하루 더 등판간격이 늘어났다. 6일 만의 등판에 대비해 그는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팀 선배 김선우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임태훈은 "(김)선우 형이 '화요일 선발 투수는 월요일에 그냥 쉬면 몸이 무거워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 헬스장에서 개인적으로 몸을 풀어줬다. 그게 오늘 좀 더 가볍게 던질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임태훈은 1회초 잠시 제구에 애를 먹었다. 선두 배영섭을 볼넷, 1사 뒤 이승엽을 역시 볼넷으로 내보내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최형우를 좌익수 플라이, 박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스스로 불을 껐다.
공수가 바뀌자마자 두산 타선은 불을 뿜었다. 상대 선발 장원삼을 상대로 두산은 1회말에만 13명의 타자가 6안타 4사사구로 8득점했다. 임태훈의 어깨가 가벼워졌다.
그러나 임태훈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1회에 점수가 많이 나서 타이밍이 조금 늘어졌다. 그러나 8점이 아닌 1점만 났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더 집중력을 가져가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래서 점수를 안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태훈은 올 시즌 개인 12승을 노리고 있다. 만만치 않은 목표이지만 벌써 2승을 챙겼다. 남은 승수는 10승. 그러나 그는 '숫자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릴 계획이다.
임태훈의 연이은 역투에 두산이 함박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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