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이 팀이 그 팀이 맞나 싶다. 두산 베어스가 확 바뀌었다. 무엇보다 공격이 달라졌다. 시범경기 때만 해도 무기력증으로 일관하던 모습에서 탈피했다. 이제 시즌 초반이지만 8개 구단 중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두산은 17일까지 팀득점 1위에 올라 있다. 41점으로 LG(40개)와 함께 유이한 40득점 이상 올린 구단이다. 최하위 한화(27개)와는 무려 14점 차다. 팀타율(0.283)도 2위로 전체적으로 타선의 페이스가 올라온 느낌이다. 물론 11안타 9득점한 17일 잠실 삼성전 대승(9-1)의 영향이 크다.
두산은 시범경기 때만 해도 '변비 타선'이란 오명을 들었다. 좀처럼 점수 올리기가 쉽지 않아 김진욱 감독이 직접 '두점 베어스'라는 단어를 써가며 분발을 촉구할 정도였다.
시즌 개막전인 7일 잠실 넥센전(2-6패) 당시만 해도 '역시'란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이후 갑자기 변했다. 달라진 계기는 이튿날 벌어진 넥센과의 2차전이었다. 5-10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경기 후반 타선의 무서운 집중력으로 13-11로 뒤집으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았다. 청주와 부산을 오간 지난주 원정 6연전에선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잠실 홈으로 돌아온 17일 경기선 삼성 마운드를 난타하며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린 것이다.
두산 타선의 상승세는 '날쌘돌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정수빈(타율 0.379)과 이종욱(0.313)은 정교한 타격을 앞세워 중심 타선을 위한 멍석 깔기에 바쁘다. 특히 정수빈은 올 시즌 쳐낸 11안타 가운데 장타를 3개(2루타 2개, 3루타 1개)나 기록해 상대팀의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
베테랑 김동주(0.308)와 김현수(0.318)는 여전하고, 최준석(0.308)도 힘을 내고 있다. 특히 최준석은 17일 삼성전서 1회 대형 3점홈런으로 팀 승리의 기틀을 제공했다.
김진욱 감독은 웬만해선 변칙을 사용하지 않는다. '잔머리'를 쓴다고 대세가 바뀌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순리와 시스템 야구의 신봉자다. 타선이 침묵하더라도 인내하고 기다리면 기본 실력을 발휘할 것이란 신념이 확고하다. 심지어 "아픈 선수는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무조건 치료가 먼저"라며 성적보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아직 모든 걸 낙관하긴 어렵다. 최준석의 홈런이 나오긴 했지만 두산의 팀홈런은 이제 2개다. 연일 홈런쇼를 펼치는 팀홈런 1위 넥센(7개)과는 차이가 난다.
득점의 편차가 크다는 점도 두통거리다. 두산은 승리한 경기선 평균 8점 이상 올렸다. 그러나 패한 3경기서는 합계 4득점에 그쳤다. 15일 사직 롯데전(0-5) 영봉패의 후유증이다. 투수진이 잘 던져도 타선이 초반부터 막히면 긴장감이 감도는 이유다.
두산은 18일 삼성과 시즌 2차전을 치른다. 상대 선발은 윤성환이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두산의 타격 상승세 지속 여부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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