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지금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맡고 있는 데이비 존슨은 '홈런 야구'의 신봉자다. 경기 도중 이런저런 작전을 걸기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3점홈런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여긴다. 야구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한다는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 방법은 때로는 역풍을 맞기도 한다.
지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 미국-일본전. 경기 후반 끌려가던 미국은 절호의 역전 찬스를 잡았다. 당시 미국팀 덕아웃을 지휘하던 존슨 감독은 대타 작전을 썼다.
그러나 존슨이 믿고 내보낸 신예 에반 롱고리아(탬파베이)는 큰 스윙으로 일관하다 헛스윙 삼진으로 기회를 무산시켰다. 결국 미국은 일본에 져 탈락했고, "대타 기용으로 역전 홈런을 노렸다"고 밝힌 존슨은 미국 언론들로부터 "대책없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한 존슨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빅리그 15년 동안 1천188승을 거둬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 69세인 그는 여전히 덕아웃을 지키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가만히 내버려두는' 야구는 투타가 딱딱 맞물려 돌아갈 때 가능하다. 어느 한 쪽이라도 부족하면 투타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이 경우 감독은 잦은 투수교체 또는 공격 시 여러 작전 구사로 '점수 짜집기'에 골몰한다. 모두가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두산이 3연승을 거둔 삼성과의 이번 주중 3연전은 전형적인 '팔짱끼고 지켜보는' 야구였다. 선발투수는 연일 호투하고, 타자들은 적시에 점수를 올려준다. 경기 후반 상대의 추격에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했지만 역전을 허용한 적은 없다.
19일 경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발 니퍼트가 1회초 선취점을 허용했지만 두산은 곧바로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1회말 김동주의 2타점 좌전안타로 역전한 뒤 3회 최준석, 손시헌의 적시타, 그리고 최재훈의 희생플라이로 3점을 보탰다.
삼성은 1회초 우동균이 니퍼트로부터 우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솔로홈런, 6회에는 이승엽이 국내 복귀 후 2번째 홈런을 솔로포로 가동했지만 나머지 타선이 침묵해 위협이 되지 못했다.
두산 선발 니퍼트는 1회를 제외하곤 안정감 있는 투구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았다. 7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2승째. 반면 삼성 선발 탈보트는 3이닝 동안 7안타를 얻어맞고 5실점, 한국 무대 첫 패전투수가 됐다. 최종 스코어는 7-2 두산의 승리였다.
한편 두산 1번타자 이종욱은 1회말 중전안타 뒤 2루 도루에 성공, 통산 233도루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종욱은 김민호 현 두산 코치가 보유한 232도루를 넘어서며 전신인 OB 시절 포함, 구단 최다 도루 신기록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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