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 불펜은 지난해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했다. 8개 구단 가운데 6위였다. 1위 삼성 라이온즈(2.44)와는 무려 2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에 반해 선발진은 준수한 편이었다. 4.34의 평균자책점으로 4위였다. 이 부문 1위인 삼성(3.88)과의 차이는 0.5점도 안 됐다. 두산 투수진의 전체 평균자책점(4.26)은 6위였다.
두산의 약점이 무엇인지 한 눈에 나온다. 확실한 에이스 2명(김선우, 니퍼트)이 힘겹게 이끌고간 선발진을 불펜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 것이다. 이번 스프링캠프의 과제 중 하나가 불펜 강화인 점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붙박이 마무리감으로 영입한 외국인선수 스캇 프록터가 제 몫을 해줄 경우 두산 마운드는 한결 힘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뭔가 부족하다. 부동의 셋업맨 정재훈과 프록터로 이어지는 승리 불펜조의 뒤를 받쳐줄 허리 요원들이 필요하다. 여러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기대주 김강률도 요주의 사나이로 꼽힌다.
김강률은 공격적인 투구가 인상적인 파워피처다. 컨디션이 좋으면 시속 150㎞도 심심치 않게 스피드건에 찍힌다. 공이 빠른 데다 무겁기도 하다. 미국식 표현으로는 스터프가 대단히 좋다. 187㎝ 95㎏의 당당한 체구가 힘의 원천이다. 공을 놓는 타점도 상당히 높아 타자들이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다.
김강률은 아직은 미완의 대기로 여겨진다. 확실한 주무기가 직구 외에는 아직 없고, 마운드 위에서의 경험도 부족한 편이다. 2008년 프로 첫 시즌을 마친 뒤 병역의무를 위해 곧바로 군대(상무)에 갔다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프로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그는 번뜩이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19경기에서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투구이닝(25.1)에 비해 볼넷(13개)이 많았지만 삼진 20개를 잡을 만큼 인상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덕분에 두산이 마무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시즌 중반에는 클로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김강률을 바라보는 두산의 시선은 무척 따뜻하다. 김진욱 감독은 "빠른 공이 대단히 위력적이다. 투구 동작 시 근력의 힘이 대단하다. 나서기보다는 자기반성적 성격으로 전체적으로 차분하다"면서 "팀의 상위권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명원 투수코치 또한 "경험이 부족한 게 약점이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일단 중간계투 경쟁에서 이기는 게 급선무다. 팀이 4강에 들기 위해선 김강률이 잘 해줘야 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김강률은 요즘 프로의 생리를 깨달아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 속도도 빠르다는 평가다. 그는 "풀시즌을 뛰면서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아직 배울 게 많지만 구위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다. 올해에는 확실한 변화구도 장착해 한결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강률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기존 김상현과 노경은, 고창성 등이 마운드의 허리를 책임져주면 두산 불펜은 몰라보게 달라질 수 있다. 이들이 팀의 리드를 이어주면 마지막 2∼3이닝은 정재훈과 프록터가 틀어막는다.
아직은 희망찬 시나리오에 불과하지만 지난해보다 한결 나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강률의 어깨를 새삼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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