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는 왜 지난해 추락했을까. 의견은 분분하다. 초반 부진과 감독 사퇴로 인한 리더십 공백, 확실한 마무리 부재로 인한 뒷문 부실, 붙박이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제외한 용병 영입 실패 등.
그러나 한 가지만 꼽으라면 선택은 쉽다. 공격력 약화로 인한 득점력의 감소다. 종합순위 3위를 차지한 2010년에 비하면 차이는 극명해진다. 두산은 2010년 모두 731득점을 올렸다. 773점을 기록한 롯데에 이어 2위였다. 그 해에 700득점을 넘은 팀은 롯데와 두산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614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713점(1위)을 기록한 롯데와 대비된다. 득점 순위에서도 4위로 하락했다.
실점 부문에선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2010년 669점을 내준 두산은 지난해 619점으로 오히려 기록이 좋아졌다. 이 부문 순위도 5위에서 공동 4위로 큰 차이가 없었다.
두산의 공격력이 1년만에 크게 약화된 이유가 뭘까. 원인은 장타력의 감소에 있다. 두산은 지난해 팀 장타율 3할8푼8리를 기록했다. 바로 전 시즌 기록(.440)에 비하면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다.
팀출루율은 3할5푼4리(3위)로 2010년(.365, 2위)과 엇비슷했다. 장타력이 크게 떨어진 이유는 홈런수에서 찾을 수 있다. 2010년 149개에서 지난해 92개로 무려 62%나 감소했다.
1년만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10년 두산에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모두 5명. 김동주, 김현수, 최준석, 양의지, 이성열이다. 이들 모두가 20홈런을 넘겼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두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가 3명으로 줄었다. 20홈런 이상 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김동주(20→17개)와 최준석(22→15개)은 홈런이 줄긴 했지만 큰 차이가 없다. 김현수(24→13개)의 편차가 큰 편이지만 팀 전체 공격력을 좌우할 만큼은 아니다. 결국 양의지(20→4개)와 이성열(24→7개)의 파워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이 나온다. 1년만에 줄어든 팀 홈런 57개 가운데 33개가 이 부분에서 실종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 두 명을 무턱대고 탓할 수만도 없다. 양의지와 이성열의 2010년은 나란히 커리어 최고였다. 무명의 설움을 씻고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시즌이었다. 지난해에는 주춤했지만 언제든지 다시 치고 나갈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홈런 욕심을 거둔 뒤 양의지는 개인 첫 3할 타율(.301) 달성이라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이들도 올해에는 다시 한 번 뛰어오를 각오다. 둘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명수 코치는 "둘 다 재도약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해서 오히려 다칠까봐 만류할 정도다"면서 "아직은 어리고 배울 게 많은 선수들이다. 부침을 겪어봤기 때문인지 자기 자신들에게 맞는 타격폼과 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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