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데뷔 첫 해인 2009년, 정말 잘 나갔다. 신생팀 강원FC의 주전 공격수로 팀 창단 첫 골을 터뜨렸고 첫 승을 이끄는 결승골도 넣었다. 강원 구단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는 중요한 인물로 남게 됐다.
그 해에만 30경기에 나서 7골 5도움을 해냈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내가 주축으로 자리 잡는구나' 하는 생각에 온힘을 다한 연습은 뒤로 미뤄두고 '적당히'를 외쳤다.
그 결과 2010년에는 기량이 뚝 떨어져 한 골도 넣지 못하며 1도움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1골 4도움으로 그저 그런 선수가 됐다. '무서운 신인'으로 불렸던 윤준하(25)의 속쓰린 2년이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그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검푸른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는 "평생 강원에서만 뛸 수는 없었다.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긴장된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신체적으로 긴장한 것이 마음의 위축도 불러온 것일까. 축구인생 최대의 굴욕도 맛봤다. 전남 목포에서 전지훈련 중인 12일 목포시청과의 연습경기에서는 후반에 교체로 나섰다가 20분도 채 뛰지 못하고 벤치로 물러난 것이다.
경기 뒤 만난 윤준하는 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축구 입문 후 이런 일은 처음이다. 솔직히 기분이 묘하면서도 치욕스럽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인천의 전지훈련에 합류한 지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새 팀을 찾느라 개인훈련을 소홀히 했다. 당연히 허정무 감독의 혹독한 조련에 맥을 못췄고 선수단 중 유일하게 입술이 터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윤준하는 지난 두 시즌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이를 갈았다. 그는 "허 감독님과는 일대일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다. 무서울 때는 정말 무섭지만 잘 해줄 때도 많다"라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을 다잡고 체계적인 축구를 하기 위해 '축구 일지' 작성도 시작했다. 축구 시작 후 처음 해보는 일이라며 자신의 변화에 스스로 놀라워한 그는 "훈련하면서 실수하는 것을 되짚어 본다. (잘 정리하면) 실수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직 인천에 적응 중이라는 윤준하는 개인보다 팀을 위한 목표를 앞세웠다. 허 감독이 선언한 8위 이내의 성적 달성에 한 몫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정말 힘든 훈련이지만 잘 해내겠다. 지난 두 시즌은 결정력도 없었고 능력도 부족했다. 올해는 달라지겠다"라며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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