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최형우(삼성)가 삼성의 자존심을 살렸다. 2008 시즌부터 지난 3년간 단 한 명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던 삼성이지만, 올해는 최형우가 그 아쉬움을 풀어냈다. 오승환(투수부문)과 박석민(3루수 부문)이 후보에 올랐지만 탈락한 가운데 최형우는 당당히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 시상대에 섰다.
최형우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의미가 크다. 단순히 삼성에서 4년만의 수상자 배출이라는 결과를 넘어서 그의 팀내 입지를 감안하면 더욱 값지다. 그는 바로 삼성의 4번타자이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했지만, 이후 4년 동안 6경기(8타석)밖에 경험하지 못하고 2005년말 구단에서 방출됐다. 그리고 선택한 곳이 바로 경찰청. 최형우는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경찰청에 지원했고, 이 선택이 인생을 바꿨다. 2007 시즌 2군에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고 전역하자 최형우는 연봉 5천만원에 삼성에 재입단할 수 있었다.
한층 성장한 최형우는 2008년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존재감을 알렸다. 384타수 106안타 19홈런 71타점 68득점 타율 2할7푼6리로 삼성의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특히 최형우가 쏘아올린 19개의 홈런수는 팀내 1위. 그 결과 최형우는 2008 시즌 후 총 94표 가운데 무려 76표를 획득하며 역대 최고령 신인왕(당시 만 25세)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1 시즌 최형우는 삼성의 간판 4번타자로 성장하며 타율 3할4푼, 30홈런 118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왕'을 포함해 타격 3관왕에 오르는 선수로 성장한 그는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까지 안았다.
이는 삼성에게 있어 '세대교체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승엽, 심정수의 공백과 양준혁의 부진을 메워준 중고 신인타자가 3년이 흘러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는 리그 최고의 타자가 된 것이다. 매년 선배들의 카리스마를 따라가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지만, 올해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강타자로 성장했음을 알린 셈이다.
최형우는 박석민, 채태인과 함께 삼성의 세대교체 3인방으로 불렸다. 하지만 올해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인해 이제 삼성의 4번타자로 손색이 없음을 증명했다. 이제 팀 복귀한 이승엽과 당당히 어깨를 견주며 힘차게 배트를 돌릴 일만 남았다. 골든글러브는 최형우의 성장을 증명하는 '공인인증서'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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