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SK 와이번스가 벼랑 끝에 서 있던 롯데 자이언츠를 벼랑 아래로 떨어뜨리는데 실패했다. 롯데는 벼랑 끝에서 빠져나와 오히려 SK를 벼랑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SK는 20일 안방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에서 0-2 영봉패를 당하며 2승2패를 기록, 최종 5차전을 통해 한국시리즈 행 티켓의 주인공을 결정하게 됐다. 승부는 원점이다. 5차전 선발로 SK는 김광현을, 롯데는 송승준을 예고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김광현의 활약을 최종 승부의 관건으로 꼽았다. 4차전 패배 후 5차전 선발로 김광현을 예고하면서 "열쇠는 광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르게 김광현에게 엄포성 발언을 던져 관심을 끈다.
4차전이 끝나고 이만수 감독대행은 김광현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잘 던져주기만 바라지만 안되면 1회부터 바로 교체"라며 "총력전이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1차전처럼 던지면 바로 교체다. 1차전처럼 던지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3.2이닝 4실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를 보였다. SK는 화력 공방 끝에 7-6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지만 김광현의 부진은 아쉬웠던 경기였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김광현이 1차전처럼 일찍 무너질 경우 1회부터라도 투수진을 총 동원, 경기를 이끌어 가겠다는 구상이 돼 있는 것이다.
물론 "에이스이기 때문에 잘 던질 것"이라고 김광현에 기대감도 나타냈다. 하지만 평소에는 선수들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만을 나타내온 이만수 감독대행이 직접적으로 "김광현을 1회에 내릴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조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자극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SK로서는 선발 김광현이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아주는 것이 절실하다. 이만수 감독대행도 김광현의 활약 정도를 예상, 이미 마운드 운용 계획을 짜놓은 상태다. SK는 4차전에서 패하긴 했으나 불펜 '필승조'인 정대현, 정우람, 박희수를 아끼는 전략적인 경기운영을 했다. 특히 정우람은 16일 1차전 등판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엄정욱도 있다. 엄정욱은 4차전 8회초 1사 후 등판해 5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5차전에 바로 투입하기 부담스러워서 4차전 마운드에 올렸다"며 "김상진 투수코치와 엄정욱을 어떻게 쓸 것인지 상의 중"이라고 엄정욱을 5차전에도 중용할 뜻을 나타냈다.
불펜 자원은 넘치는 상황. 결국 김광현이 얼마만큼 버텨주느냐가 관심이다. 최소 5회까지만 책임져준다면 이후에는 필승 불펜진이 줄줄이 가동해 롯데의 뒷심을 틀어막게 된다. 불펜싸움으로는 롯데에 결코 지지 않는 SK다. 하지만 김광현이 정말로 1회 강판이라도 된다면 아무리 강한 불펜을 보유한 SK라도 부담스러운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롯데는 5차전 선발로 송승준을 예고했다. 2차전에 등판해 6이닝 1실점 호투해 자신감 면에서 김광현보다 훨씬 높다고 봐야 한다.
사실 팀의 '에이스'에게 "1회에 강판시킬 수도 있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말이다. 김광현도 이만수 감독대행이 한 말을 전해들었을 터. 5차전에서는 어떤 피칭 내용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비룡군단 '에이스'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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