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이제 숨길 이유도 없고 겸손할 이유도 없다. 아기사자 배영섭(삼성)이 '신인왕'이라는 먹이를 놓고 엄니를 드러냈다. 물론 조심스러운 말투지만, 시즌 초 새색시같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180도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배영섭은 올 시즌 임찬규(LG)와 함께 신인왕 2파전을 벌여왔다. 시즌 초 임찬규의 맹투로 인해 신인왕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듯했지만, 기복없이 꾸준히 활약하면서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시즌 초에는 팀내 티격 1위까지도 기록하면서 그는 삼성의 새로운 보물단지가 됐다.
다만, 위기도 있었다. 7월21일 SK와의 홈경기 도중 왼손 새끼손가락 인대를 다친 것이다. 자칫 시즌을 접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배영섭은 잘 치료하고 8월20일 복귀했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부상이 배영섭에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당시 배영섭은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하면서 타격감이 극도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6월 타율이 3할3푼7리나 됐지만 7월 부상 전까지 배영섭은 2할2푼2리로 급하락세에 빠졌다. 첫 풀타임 출전 시즌을 겪으면서 체력 유지가 만만찮았던 것이다. 부상의 아쉬움은 크지만, 바꿔말하면 이로 인해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배영섭은 복귀 후 10경기서 타율이 2할1푼4리로 아직 부진하지만, 지난달 30일 롯데전에서는 3안타 2득점을 기록하면서 최형우의 맹타를 소리없이 지원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타격감 부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것이다.
배영섭은 "타격감이 차차 좋아지고 있고, 기분도 좋다. 그런데 결과로 나오지 않아 심적으로 조금 쫓긴다는 느낌이 든다"며 "남은 경기서 타율도 올리고 싶고, 도루도 많이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잘하면 팀도 1위 하고 KS 우승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신인왕에 대한 목표. 시즌 초 맹활약할 당시 배영섭을 보고 "신인왕이 지나간다"고 언급하면 고개를 떨구고 도망가던 그가 이제는 "신인왕이 되고 싶다"고 당차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한다.
배영섭은 "시즌 초처럼 잘했다면 (신인왕) 각오를 잘 얘기할 수 있을 텐데…"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난 주루플레이를 잘한다. 내가 나가면 투수들이 타자보다 내게 더 신경을 쓴다. 팀에 도움이 되는 주루플레이를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자기 PR'도 했다.
배영섭은 생애 한 번밖에 받지 못하는 신인왕을 놓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사근사근한 말투 속에 배영섭의 단단한 각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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