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출범 1년이 된 조광래호가 태풍을 만나 거세게 흔들렸다. 침몰 직전까지 갔다고 할 정도로 충격은 대단했다. 월드컵 예선이었다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10일 일본과 통산 75번째가 된 겨루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가 최악인 상황에서 일본의 완급을 조절한 패스 축구에 맥을 못췄다.
조광래 감독은 일본의 패싱축구에 패스로 맞대응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전에서는 전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돔구장(삿포로돔)이라는 낯선 환경에 더해 박주영(AS모나코), 이재성(울산 현대), 구자철(VfL볼프스부르크) 등은 이적 문제로 난항을 겪거나 소속팀에서 주전을 확보하지 못해 떨어진 경기력이 실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대표팀 분위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광래호가 추구해온 스페인식 축구를 일본이 오히려 비슷하게 보여줬다. 이런 점에서는 확실한 반성과 배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최순호 전 강원FC 감독은 "일본은 언제든지 월드컵 등 큰 경기를 치를 준비가 된 것 같다. 세계 수준에 올랐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지역에서 통할 수 있는 축구를 하는 것 같다"라고 이번 한일전을 지켜본 아쉬운 소감을 전했다.
그는 "특정 선수들의 공백을 생각하면 안 된다. 사람이 바뀌더라도 경기 스타일이나 방법이 일관되어야 한다.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라며 간결한 패스를 기본으로 흔들림 없이 자기 스타일을 추구했던 일본과 달랐던 한국이 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직전 안방에서 치른 한국과 평가전에서는 0-2로 완패했다. 그러나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기본으로 한 축구는 지속됐고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월드컵 후에는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을 영입, 탄탄한 수비력까지 덧입혀지면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이렇게 꾸준히 발전을 모색한 일본축구는 올초 아시안컵 우승으로 이어졌다.
이번 한국전에서 왼쪽 풀백 나가토모 유토(인테르 밀란)가 부상으로 선발되지 못했지만 고마노 유이치(주빌로 이와타)가 익숙한 팀 전술에 약속된 플레이를 펼치며 그 공백을 메웠다.
소극적인 축구에서 패스플레이를 통한 공격 지향의 축구로 변화중인 한국이다. 조광래호 출범 이후 단 1년만에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는 무리였는지 모른다. 인내심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한국은 상대의 압박을 벗어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다. 아직은 만화축구가 완성되지 않은 것 같다"라며 한 경기 결과에 좌우되지 말고 서서히 만들어져가는 한국 축구를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본에 세 골 차 완패는 충격이다. 한국축구는 혼란스런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방황의 기간은 짧아야 하고, 일관성을 갖고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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