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세계 수영 역사에서 단거리 종목은 유럽과 북미 선수들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와 선천적인 탄력은 단거리 종목에 제격이었다. 작은 키, 선천적으로 근력이 딸리는 동양인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수영에서 동양인들은 단거리보다는 장거리에 더 큰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가장 빠른 스피드의 경연장인 자유형 종목에서는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는 더 컸다.
한국의 '수영영웅' 박태환. 그는 이런 한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체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서겠다는 열정과 의지로 유럽과 북미선수들이 즐비한 단거리 무대로 뛰어들었다. 중거리인 400m는 이미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박태환의 다음 목표는 200m였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200m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세계 정상을 위해 박태환은 다시 구슬땀을 흘렸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2011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박태환은 400m에서 다시 한 번 세계 최강임을 입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0m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르려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태환은 미국의 펠프스와 록티, 그리고 독일의 비더만 등과 함께 200m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안타깝게도 박태환은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183cm의 작은 키로 최선을 다했지만 190cm가 넘는 북미와 미국의 선수들을 넘지 못했다. 키가 작기에 박태환은 수없는 훈련으로 가장 빠른 스타트 능력을 갖췄다. 그런데도 한계를 넘지 못했다.
박태환은 26일 열린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4초92의 기록으로 록티, 펠프스, 비더만에 이어 4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하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북미와 유럽의 독무대인 단거리 종목에서 동양의 선수가 이런 성적을 낸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이번 결선에 진출한 8명 중 북미와 유럽을 제외한 동양인 선수는 박태환이 유일했다.
그만큼 박태환은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며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수영의 자긍심을 지켜낸 것이다. 박태환으로 인해 단거리 종목에서도 아시아가 우승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동양인이 200m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는 것, 박태환이 아니면 해내기 힘든 일이다. 박태환이 있기에 서양 선수들의 독무대가 되는 것을 막아냈다.
아시아 수영의 자긍심을 지켜나가기 위한 박태환의 단거리 도전은 계속된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1천500m 출전을 포기하고 100m에 나선다. 단거리에서도 아시아 수영의 힘을 보여주려는 박태환의 아름다운 도전이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박태환은 한 단계 성장해나갈 것이다. 그러다보면 단거리에서도 세계 제패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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