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옛 제자들의 독기 품은 경기력에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의 얼굴은 굳어졌다. 6명이 두껍게 구축한 수비벽을 패스로 무너뜨리려고 해도 몸을 날리는 투혼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포항은 8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1 K리그' 9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경기종료 뒤 장내 아나운서는 "우리 부산 선수들. 전술적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어느 감독(황선홍 감독)의 말에 시원하게 복수했습니다"라며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지난해까지 부산을 맡았던 황 감독에 대한 마음은 부산 선수나 팬이나 애증으로 폭발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인터뷰룸에 들어선 황 감독은 "초반에 실점을 한 것이 만회하는 데 있어 어려움으로 작용했다"라고 경기를 분석한 뒤 "이제 3분의 1이 지나는 중이다. 상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와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왔을 때 이겨내며 승점을 쌓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라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첫 패배를 기록한 포항은 전북 현대(승점 19점)에 1위를 내주며 2위(18점)로 밀려났다. 10라운드는 전북과의 맞대결이라 더욱 치열한 일전이 될 전망이다.
황 감독은 "포항이 전북과 만나면 골이 많이 터졌다. 좋은 경기를 한다면 기쁠 것이다. 상위팀이 그런(공격적인) 경기를 해줘야 K리그가 발전한다"라고 여유로움을 보였다.
옛 제자들의 힘있는 경기력에 패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부산은 이번 포항전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황 감독은 "(부산이) 수비할 때 전쟁같더라"라며 이기기 위해 이를 악물고 나선 부산의 투지에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나 냉정함을 되찾은 황 감독은 "축구는 전쟁이 아니고 얼마만큼 더 질 높은 축구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직은 부족하다고 본다. 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산 선수들을 자극한 '폄하 루머'에 대해서는 절대로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부산과) 라이벌이 되면 좋을 것이다"라며 흥미로움을 보인 뒤 "내 상식상 남을 헐뜯을 성격이 안된다. 부산이나 포항 선수들 모두 내 제자다. 그런 이야기에 대해 변명할 필요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과거를 접어두고 미래를 노래하자는 황 감독은 "포항은 상대가 밀집수비로 나설 때 세밀한 볼터치 등은 아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부산전에서도 후반 막판 심리전에서 패했다"라며 전술적 능력의 향상과 마인드컨트롤이 병행돼야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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