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난해까지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었던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은 골 감각이 좋은 신인 한 명을 발견한 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황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은 선수는 2010년 득점왕에 오른 유병수(인천 유나이티드)의 홍익대 동기였던 공격수 한지호(23)였다. 동계훈련에서 팀 내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해 황선홍 감독이 꼭 지켜봐야 할 '히든카드'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79cm의 한지호는 드리블과 스피드가 좋고 골 결정력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학시절 득점왕에도 오르는 등 유병수 못지않은 실력이 있었던 공격수다.
공격수 출신의 황선홍 감독은 단박에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2010 드래프트 2순위로 그를 프로에 입문시켰다. 동계훈련 내내 그의 유니폼을 잡아당기며 공격DNA를 심어주는데 집중했다. 한지호는 주로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지만 중앙에서의 실력도 괜찮다.
하지만 의욕이 과했는지 한지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피로골절 부상으로 6개월 재활 판정을 받았다. 황 감독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고, 구상했던 전력이 어긋나면서 부산의 정규리그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스승에 뭔가 보답을 하고 싶었던 한지호는 부상을 이겨내고 9월 29일 열렸던 전남 드래곤즈와 FA컵 4강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황선홍 감독에게 결승 티켓을 선물했다. 황 감독은 이 경기 뒤 현역 시절 보여줬던 슬라이딩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현했다.
지난해를 회상한 한지호는 "황 감독님은 나를 프로에 데뷔시켜준 은사다. 움직임이 신통치 않을 때면 멈춰 세우고 다양한 조언을 해주셨다"라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승은 지금 부산에 없다. 진통 끝에 팀을 떠났고 현재는 잘나가는 포항의 사령탑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부산은 8일 오후 포항과 홈에서 K리그 9라운드로 만난다. 부산은 2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탄 중이고 포항은 5승3무로 무패행진을 질주하고 있다.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지난 일주일 간 부산 아이파크 선수단은 다른 팀을 만날 때와는 달리 훈련의 양과 질을 몇 배로 높였다. 한지호도 옛 스승과의 특별한 겨루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열망으로 가득하다.
수비수 이정호의 경우에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대 라이벌전인 레알 마드리드-FC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처럼 포항과 경기를 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부산 선수단도 지난해 포항에 2승1무로 앞섰지만 2009년 컵대회 결승에서 1-5로 대패했던 기억을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산에는 황 감독이 '부산 선수들은 전술 이해도가 낮아 어쩔 수 없이 실리축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했었다는 루머까지 퍼졌다. 그야말로 황 감독과 포항을 향한 묘한 감정이 폭발 일보 직전이다.
한지호 역시 비슷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포항전은 모든 선수가 전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서려 한다. 이유는 말하기 어렵지만 묘한 분위기가 팀을 지배하고 있다"라고 팀 상황을 소개했다. 이어 "황 감독님이 제자를 비하할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루머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진짜라면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옛 스승 앞에서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 "황 감독님이 팀을 떠난 것은 내가 기대에 못 미친 플레이를 한 탓도 일부분 있다"라며 반성한 한지호는 실력 과시에 초점을 맞췄다.
올 시즌 2골2도움을 기록중인 한지호는 "정규리그에서 골이 없다. 포항전에서 두세 골을 몰아서 넣고 싶다"라며 자신의 성장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졌는지 확인시켜주겠다고 선언했다.
스승 앞에서 실력 과시를 통해 팀의 연승에 일조하고 싶은 한지호는 '팀과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축구를 하자'고 강조하는 안익수 감독표 축구 전파에도 열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그는 "시즌 초반에는 지난해와 스타일이 달라서 어려웠지만 지금은 괜찮다"라며 변화된 부산 축구를 확실하게 보여주며 승리를 얻어내겠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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