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약간 흐려졌지만 여전히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가고시마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전 10시. 어김없이 성남 일화의 오전 훈련이 시작됐다. 새벽에 조깅으로 몸을 푼 선수들은 9시40분쯤 훈련장에 나와 훈련 준비를 한다. 새벽에 절대로 조깅을 하지 않는 기자는 9시50분 쯤 까치집이 만들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훈련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신태용 성남 감독도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이 모였고 신태용 감독이 가운데 섰다. 훈련 전 이날의 훈련 방향과 선수들의 정신자세 등을 감독이 말하는 시간이다. 신태용 감독은 "어제 패배한 거 반성했어?"라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전날 연습경기 패배(교토에 0-2 패)를 교훈 삼아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고치고 다음날 있을 비셀 고베전에 잘 대처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훈련의 핵심 포인트는 '기본기'였다. 특히나 슈팅에 대한 기본기를 철저히 익히자는 의도였다. 슈팅은 프로 선수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논스톱 슈팅은 더욱 어렵다. 힘 조절, 방향, 타이밍 등이 정확히 맞아떨어져야만 통쾌한 슈팅이 나온다.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킥을 모두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신태용 감독의 목적이었다.
슈팅에 대한 설명을 하던 신태용 감독은 갑자기 '골프' 이야기를 꺼냈다. 성남이 캠프를 차린 곳이 교세라 골프 리조트인지라 골프 이야기는 정말 잘 어울렸다. 신태용 감독 역시 훈련지 때문인지 골프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그런데 신 감독은 왜 갑자기 골프 이야기를 꺼냈을까. 선수들과 함께 골프라도 치러 가겠다는 말인가. 기자는 신태용 감독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신태용 감독은 축구와 골프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전혀 다른 두 스포츠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신 감독은 골프와 비교해 조금 더 쉽게 축구의 슈팅을 설명하려 한 것이다. 골프의 스윙과 축구의 슈팅. 중심을 잘 잡아야만 좋은 스윙이든 좋은 슈팅이든 할 수 있다. 즉, 디딤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축구와 골프의 상관관계론'은 이렇게 탄생했다.
신태용 감독은 "시간이 나면 골프를 한 번 쳐보는 것도 좋다. 좋은 운동이다. 골프를 잘 치려면 절대로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슈팅을 할 때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디딤발이 중요하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디딤발이 흔들리면 슈팅에 임팩트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태용 감독은 설명을 이어갔다. "대부분 공만 보고 공을 발에 맞추는 것에만 집중한다. 디딤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이상한 슈팅이 나오는 것이다. 디딤발을 고정시키지 않으면 좋은 슈팅이 나오지 않는다. 슈팅할 생각을 하기 전에 디딤발을 먼저 생각해라. 골프와 축구 모두 디딤발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축구와 골프의 상관관계론'에 대한 강의를 마쳤다.
골프 실력이 수준급으로 알려진 신태용 감독. 그래서 신 감독이 주장한 '축구와 골프의 상관관계론'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렸다. 여가시간에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선수들을 이끌고 골프 스윙을 직접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마침 이곳은 골프 리조트 아닌가.
강의가 끝난 후 성남 선수들은 신태용 감독이 강조한 슈팅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축구와 골프의 상관관계론'을 머리에 둔 선수들은 디딤발에 신경을 썼다. 이론은 완벽히 이해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슈팅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거나 디딤발이 흐트러지면 어김없이 신태용 감독이 내린 벌칙을 수행해야만 한다. 팔굽혀펴기 10회. 이날 훈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③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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