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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가고시마 훈련기]③신태용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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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던 가고시마 날씨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매서운 칼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갑자기 변해버린 날씨.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11일은 성남이 J리그 비셀 고베와 평가전을 하는 날이다. 원래는 성남이 원정을 떠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고베가 '아시아 챔피언'에 대한 예우를 지키기 위해 성남의 캠프가 있는 교세라 골프 리조트까지 찾아왔다.

성남과 고베의 빅매치. 교세라 골프 리조트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성남을 보기 위한 팬들도 상당수였다. 그런데 고베를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팬들은 더욱 많았다. 성남의 전지훈련 캠프가 꼭 고베의 홈구장 같았다. 고베 팬들은 많은 플래카드를 내걸어 그라운드 한 편을 가득 채웠다. 한국인 선수인 이재민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다.

고베 팬들은 응원 깃발을 들고 그라운드를 둘러쌌다. 고베를 응원하기 위해 이곳 가고시마까지 달려온 팬들이 참 멋지게 보였다. 정식 경기도 아닌 연습 경기, 그것도 앉아서 볼 수 있는 편안한 관중석도 없는 훈련장까지 찾아왔다. 멋진 팬들이었다. 팬들 덕분에 경기장은 뜨거운 열기로 뒤덮었다. 많은 일본의 취재진들도 열기에 동참했다.

12시. 경기가 시작됐다. 45분 3쿼터로 진행되는 경기였다. 열광적인 고베 팬들의 응원 속에서 성남은 적이었다. 전지 훈련장이 일본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성남은 어웨이 경기의 느낌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일본이기에 이해하고 고베 팬들의 열정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날 경기의 심판은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절대로 심판 탓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심판의 판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심판의 판정에 복종하라고 지시한다. 심판에게 항의할 시간에 빨리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K리그에서도 신태용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랬던 신태용 감독이 심판 판정 때문에 뿔이 났다. 심판의 어이없는 판정이 잇따르자 신태용 감독은 분노했고 2쿼터가 끝난 후 주심을 만나 따로 항의를 할 정도였다. 친선 경기라도 다시는 이런 심판이 있는 경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친선 경기를 주최한 관계자에게 심판 교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뿐만 아니라 성남의 모든 이들이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과연 심판이 어떻게 행동했기에 신태용 감독을 분노케 만들었을까. 그 결정적인 장면은 이랬다. 2쿼터 42분께. 성남은 페널티박스 밖에서 파울을 범했다. 누가 봐도 분명 페널티박스와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덜컥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성남 선수들은 당황했다. 성남 코치진도 어이가 없었다.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1-1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내줘 성남은 1-2로 뒤지게 됐다. 남궁도, 송호영, 조동건, 조재철 등이 이끄는 공격진이 활발한 모습을 보이며 고베를 두드리던 흐름이었다. 성남이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던 때였다.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페널티킥 판정으로 그 흐름은 고베로 넘어갔다.

이 장면뿐만 아니다. 고베의 거친 파울에도 주심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래서 경기는 더욱 거칠어졌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성남이 하면 파울이고 고베가 하면 정당한 몸싸움이었다. 옐로 카드는 성남으로만 향했다. 이런 장면이 연속적으로 나오자, 신태용 감독은 참다 참다 결국 폭발한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내가 선수들에게 항상 심판 판정에 항의하지 말라고 강조를 하는데 지금 내가 항의를 하고 있다. 얼마나 심한 편파 판정이면 내가 이러겠는가. 심판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차라리 우리 코칭스태프가 심판을 보는 것이 낫겠다"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결국 편파 판정 속에서 성남은 1-3으로 패했다. 친선 경기였다. 전력을 점검하고 전술을 가다듬는 것이 목적인 경기다. 승부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성남은 이날 패배가 기분이 나빴다. 깔끔하게 진다면 부족했던 단점을 찾아 보완하면 된다. 심판의 어이없는 판정으로 지고나니 단점을 찾을 수도 없었다. 단지 기분 나쁜 경기였을 뿐 다른 의미를 찾기 힘들었다.

일본의 홈 텃세로 넘기려 한다. '아시아 챔피언'에 이겨 자랑거리 하나 만드려고 수작을 부린 것이리라. '성남이 아시아 챔피언이라 마냥 좋을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힘든 면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그저 쓴 웃음만 나왔다.

<④편에 계속...>

조이뉴스24 가고시마(일본)=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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