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맏언니' 홍경숙(26, 대교)은 말이 없었다. 오로지 행동으로 후배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줬다.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22일 중국전 10경기 무승을 깨고 역대전적에서 2승째를 기록했다. 장소는 중국 안방인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 걸린 타이틀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이었다.
중국은 언제나 한국 여자축구에는 넘어야 할 벽이었다. '여자 축구의 홍명보'로 불리는 홍경숙은 늘 중국을 상대로 무너지는 경기를 오래 경험해왔다. 언니들이 만리장성을 넘지 못하는 장면을 벤치에서 지켜봤고 직접 뛰면서는 대패를 경험했다.
보직이 중앙 수비수인 홍경숙은 중국전 패배가 늘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중국을 넘어야 하는지 연구에 골몰했다.
아쉽게 준결승서 북한을 만나 연장 승부끝에 1-3으로 패한 뒤 홍경숙은 후배들과 모인 자리에서 조용히 말을 건넸다. 올해 한국 축구의 성과를 이야기하면서 꼭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자고. 딸 수 있는 메달 색깔이 금에서 동으로 바뀌었지만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홍경숙은 골키퍼 앞에서 조용히 수비라인을 지휘한다. 후배들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선수다. 홍경숙이 한 마디 던지면 그것이 곧 법이다"라고 전했다.
홍경숙은 지난달 피스퀸컵에서도 한국의 우승에 일조했다. 평균연령 22살로 어린 선수단을 노련미로 지휘하며 여자 축구에 한 획을 그었다.
준결승 패배 아쉬움을 털고 정신을 차린 선수단은 단 하루의 회복 시간이 주어졌지만 허투루 쓰지 않았다. 중국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담긴 동영상을 보며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다짐했다. 조율사인 홍경숙은 남보다 더 많이 동영상을 보며 중국전 무승에서 탈피하는 해법을 찾고자 힘을 쏟았다.
이날 경기에서 홍경숙은 몸을 던졌다. 중국이 거칠게 나와도 노련한 수비로 견뎌냈다. 위협적인 가로지르기가 날아오면 몸을 날려 막아냈다. 후반 추가시간 2-0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중국의 공격수 리린이 강한 태클을 해 쓰러졌지만 참고 일어났다.
동생들은 언니에게 달려가 걱정해주며 단단한 팀위크를 과시했다. 얼른 일어선 홍경숙은 후배들을 향해 제자리로 돌아가라 지시하며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다. 아시안게임 첫 동메달에는 이런 맏언니의 '투혼'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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