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120분 혈투를 치르고 난 뒤 패배라는 쓴맛을 봐서 그런지 얼굴에는 실망감이 감돌았다.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목표 상실에 대한 아픔이 너무 큰 때문인 듯했다.
그래도 남은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메달 색깔이 달라졌지만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은 그대로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대표팀이 20일 오후 중국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 4강전에서 1-1로 90분을 마친 뒤 연장전서 두 골을 허용하며 1-3으로 석패했다.
대표팀은 지난 2008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북한에 0-4로 완패한 이후 처음 만났다. 이겨보려는 의지가 강했고, 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넘쳤다. 최인철 감독도 패스로 투박한 북한을 상대해 이길 수 있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북한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 슈팅수(10-29), 유효슈팅(5-16), 볼 점유율(48-52) 등 공격 기록에서 확실히 밀렸다. 북한의 강력한 힘에 잔기술은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20세 이하(U-20) 월드컵 3위, 피스퀸컵 우승 등 올해 영광의 자리에 함께 있었던 지소연(한양여대)은 "북한이 너무 잘했고 정신력이 강했다. 정신력에서 우리가 밀렸다"며 패배를 쿨하게 인정했다. 그렇지만, 처음보는 쓴 맛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WK리그 최우수선수(MVP) 전가을(수원FMC)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플레이를 한 것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면서 역습을 노렸다. 길게 볼을 차고 치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었는데..."라며 "상대의 터프함에 조금은 안이하게 대처해 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로 세계 정상의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 도하 대회도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대회에도 우승을 벼르고 있다. 18명의 멤버 중 13명이 군팀인 4.25 소속으로 짜임새도 있다.
패배를 뒤로하고 한국은 조별리그서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조 순위를 가렸던 중국과 동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등 악조건을 놓고 싸워야 한다.
전가을은 "한국으로 돌아갈 때 빈손으로 가지 않겠다"며 "3~4위전에서 멋진 경기를 치러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소연도 "4년 전에는 우리가 부족했지만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 중국을 이길 수 있다"고 승리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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