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이제 2차례만 승리하면, 금메달을 목에 건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예선을 3전 전승으로 통과한 한국의 금메달 획득은 이제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은 B조 예선에서 '난적'이라고 평가받았던 대만을 6-1로 완파한 뒤 홍콩과 파키스탄을 내리 콜드게임승으로 제압했다.
사실상 예선 경기는 싱겁기 그지 없었다. 전력차가 너무 큰 탓에 조범현 대표팀 감독조차 "내가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선수들이 다 했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을 정도다. 이제 남은 일정은 준결승에서 중국을 완파하고, 상대블록 준결승 일본-대만전의 승자를 결승에서 주저앉히는 일 뿐이다.
한국의 금메달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아시안게임 야구 출전국 중 최강전력을 구축한 한국과 그나마 상대할 수 있는 국가는 일본, 대만, 중국 뿐이다.
그 중 가장 강한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한 대만을 한 차례 격파한 한국 대표팀은 이제 방심만 하지 않으면 무난히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야구 볼모지' 중국은 사실상 이겨야 본전인 팀이고, 일본도 프로 없이 아마추어 선수로만 대표팀을 꾸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이제 금메달을 못따면 '죄인'이 되는 상황이 됐다.
프로리그가 없는 중국의 경우, 전력 분석 자체가 힘들다. 그런데 이번 일본 대표팀마저 전력 분석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생소한 선수들로 구성된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편한 아시안게임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안게임을 취재하면서 만난 일본 기자들은 하나같이 자국의 야구대표팀의 구성원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나마 이름만 들어봤다는 선수가 바로 지난달 한신에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에노키다 다이키다. 그것도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한신의 유망 신인'에 초점을 두고 취재를 온 일본 야구전문 기자의 경우가 그렇게 대답했다. 마이니치 신문의 하가 다츠야 기자는 오히려 "에노키다가 누구냐?"고 되물었다.
그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는 관심 외 종목인 것이다. 하가 기자는 "아시안게임 자체가 일본에서 관심이 없다. 그나마 육상, 수영, 탁구 등 유명 선수가 있는 종목은 모르겠지만 야구, 배구, 체조 등은 아예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야구장에서는 일본기자를 보기가 힘들 정도다.
프로필상으로 한국은 역대 최강 전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호화롭다. 대만의 전력은 이미 경험했고, 중국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복병'일지도 모르는 일본도 이번만큼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레벨이다.
물론 이럴 상황일수록 한국은 더욱 정신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추신수가 "야구는 모른다. 강팀이 모두 이기고 약팀이 모두 지지 않는다"고 밝혔듯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최종목적은 금메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의 짜릿함'을 원하는 팬들에게는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그렇게 강력한 추억이 될 수는 없을 듯하다. 너무 싱겁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