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롯데)의 발목 부상 회복이 생각보다 더디다. 대표팀 중심타자의 부상으로 조범현 감독도 걱정이 크다. 만에 하나 발목 부상이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질 경우, 금사냥에 차질이 생길 것은 분명하다.
이대호의 발목 부상은 결국 참고 뛴 결과다. 지난 9월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홈슬라이딩 도중 다친 부상이지만, 사실 당시 이대호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제는 부상 이후에도 그가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올 시즌 이대호는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신기록과 함께 도루를 제외한 타율(3할6푼4리), 홈런(44홈런), 타점(133점), 최다안타(174개), 득점(99점), 장타율(6할6푼7리), 출루율(4할4푼4리)까지 무려 타격 7관왕에 올랐다. 게다가 시즌 MVP까지 수상했으니 그에게 올해는 야구인생 최고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시즌 말미 팀의 4강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도 이대호는 경기에 계속 출장했다. 이 점에 대해 이대호 본인은 올 시즌의 유일한 아쉬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9월 7일 사직 넥센전서 이대호는 주루 도중 오른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햄스트링 부상은 자칫 악화될 경우, 회복기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당시 로이스터 감독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이대호는 곧바로 휴식을 취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다음 경기인 8일 대구 삼성전에 출장했고, 제 스윙을 못하면서 9일 잠실 LG전서 휴식을 취했다. 이후에도 이대호는 7경기나 더 출전하면서 최종적으로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서 6경기를 제외한 127경기를 소화해냈다.(9월 19일 입은 발목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한 경기는 마지막 4경기 뿐이다.)
이대호는 출장을 강행했던 이유로 '성적관리를 하는게 아니냐'는 팬들의 시선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출루율에서는 박석민(삼성), 타율에서는 부상복귀를 앞둔 팀 동료 홍성흔과 경쟁구도에 있었고, 이 탓에 이대호는 부상을 핑계로 기록관리를 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무리를 해서라도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몸상태로 경기를 치르다 결국 홈쇄도 중 오른 발목을 다쳤다. 페넌트레이스가 끝난 후에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혈전을 치르느라 치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여파가 대표팀 합류 후 불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MVP 수상 후 이대호는 이 점을 확실히 언급했다. 그는 "시즌 막판 성적 관리하느냐는 말들이 나와 안나가도 될 경기를 참고 뛰었다. 그래서 지금 더 아픈 것 같다"며 "성적이나 팬들 눈치를 보고 아픈데도 몸관리 안하고 경기에 나서면 안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시즌 끝까지 당당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떳떳한 7관왕을 거머쥐면서 포효했다. 하지만 시즌 초부터 맹활약하며 이미 위용을 인정받은 이대호가 좋지 않은 몸상태에서도 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아쉽기만 하다.
이대호는 그 후유증을 극복하고 광저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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