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진 경기였다.
수원 삼성이 24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0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전반 26분 염기훈의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뽑아낸 선제골을 잘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수원은 2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반면 2004년 이후 6년 만의 우승을 노렸던 부산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이 어려워진 양 팀에게는 FA컵 우승이 최고의 선물이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국내 축구 최강을 가리는 대회인데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수원은 지난 22일 일찌감치 부산에 내려왔다. FA컵 결승 및 27일 K리그 27라운드 원정 2연전이 기다리고 있어 7박 8일 여정의 짐을 쌌다.
부산의 위성도시 양산 종합운동장을 베이스캠프로 삼은 수원은 승부차기 상황까지 대비하는 상황별 맞춤 훈련에 집중했다. 결승전의 특성상 한 골 차 내지는 승부차기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커 대비를 한 것이다.
반면, 부산은 90분 내에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듯 세트피스 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190cm의 정성훈과 186cm의 양동현 등 장신 공격수의 제공 능력에 대한 믿음이 묻어나온 전략이었다.
뚜껑이 열리자 승리의 여신은 수원을 선택했다. 양 팀은 똑같이 플랫3에 기반을 둔 수비적인 전술로 경기 운영을 했지만 정규리그 네 차례 우승을 비롯해 FA컵 결승에만 네 차례나 올랐던 수원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빛을 냈다.
패스의 강약을 조절하며 부산의 조바심을 유도해냈고, 수비가 뒤로 물러서던 순간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의 한 방에 무너졌다. 부산에는 수원을 무너뜨릴 강력한 무기가 없었다.
무엇보다 양 팀이 달랐던 점은 대관중에 대한 대처였다. 이날 경기장에는 올 시즌 부산 경기 최다인 3만1천141명의 대관중이 찾았다. 혼신을 다한 부산 구단의 경기 홍보가 비 내리는 궂은 날씨의 악재에도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평균 관중동원 1~2위를 오르내리는 수원은 2천여 원정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홈에서 경기를 치르듯 여유있게 볼을 돌렸다. KTX 18량을 전세내 내려온 수원 열성팬들의 응원은 빅버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위력적이었다.
반면, 부산 선수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거친 경기 운영으로 자멸했다. 특히 주심의 판정에 예민한 반응을 자주 보였다. 주장 박진섭부터 분에 차올랐는지 팀 전체를 컨트롤하지 못하며 흔들렸다.
경기를 관전하던 부산 관계자도 "관중이 많이 온 것은 좋은데 선수들이 악에 받쳐서 경기를 하는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고지 다른 종목 구단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프로농구 부산 KT의 응원단장인 조지훈 씨까지 동원한 효과도 미미했다. 골대 뒤와 본부석 건너편 응원이 따로 놀았고, 오히려 수원 원정 응원단의 함성에 묻혔다. 어색했던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부산의 그라운드 안팎 완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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