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신인왕에 대한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이 바로 두산의 포수 양의지다.
현재 양의지는 78경기에 출전, 240타수 68안타 9홈런 타율 2할8푼3리를 때려내면서 공격형 포수의 진면목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1일 잠실 LG전서 4회말 수비 도중 이병규의 파울 타구에 왼무릎을 맞아 최승환과 교체됐지만, 단순 타박상으로 판명받아 김경문 감독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양의지가 올 시즌 두산의 주전 안방마님으로 성장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이는 김경문 감독도 마찬가지. 김 감독은 전지훈련 직전만 해도 양의지를 경찰청 전역을 앞둔 '쓸만한 선수' 정도로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혹독한 전지훈련을 끝낸 후, 양의지는 지명타자 및 외야수로 나서고 있는 이성열은 차치하더라도 기존 안방마님들인 최승환과 용덕한을 제치고 당당히 주전 포수로 입성했다.
이는 초반 임팩트있는 활약으로 김경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3월 27일 KIA와의 개막전 당시 마스크를 쓴 이는 최승환. 하지만 최승환이 이날 무안타로 침묵한 뒤 이튿날인 28일 KIA전에서도 초반 좋지않은 모습을 보이자 김 감독은 2회부터 곧바로 양의지를 교체 투입했고, 그는 팀의 대역전승(10-9)를 이끌며 신뢰를 쌓았다. 게다가 뒤이은 30일 넥센전에서는 홈런포를 2방이나 쏘아올렸다.
그야말로 시즌 시작과 동시에 단 2경기만에 양의지는 사령탑의 신뢰를 얻어낸 셈이다. 양의지에 대해 긴가민가하던 김 감독도 홈런 2방에 매료된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양의지는 기대에 부응하며 매서운 방망이로 현재까지 주전포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산이 치른 총 82경기 중 교체출장 포함하더라도 무려 78경기나 뛰었다.
사실 양의지는 방망이로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공격보다 수비가 중시되는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단순히 타격감만으로는 버텨낼 수 없다. 양의지가 꾸준히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분명 포수의 능력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양의지 본인은 이에 대해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치지만, 한 가지 자신의 투수 리드가 공격적이라는 대목에서는 진지해졌다. 그는 "감독님이 항상 공격적인 리드를 주문하신다. 두들겨맞아서 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피해가면 안된다고 강조하신다"며 "나도 그 점을 잘 안다. 피하는 것보다는 맞붙는 것이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내가 공격적으로 리드하면, 투수의 공도 자신감이 생기더라. 사실 정면승부해서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되돌아볼 때 오히려 공격적인 리드를 한 편이 덜 맞고 점수를 적게 내줬다"고 본인의 리드 스타일을 평가했다.
하지만 최승환, 용덕한에 비해 분명 부족한 점도 있다. 아직은 막내 포수인 탓에 투수들이 선배일 경우, 아무래도 안정감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때문에 양의지는 최승환 등 선배 포수들의 경기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노련한 경기 운영을 흡수하기 위해 눈빛을 번뜩이고 있다.
양의지는 "경기에 빠져서 선배들의 경기를 보면 운영과 리드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 분명 포수가 형으로서 투수 동생들을 이끈다는 것과 내가 투수 형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다르더라"며 "그 부분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 부족한 점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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