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수 이름이 뭐였더라... 그래 양의지, 그 친구도 기대하고 있어."
지난 1월 17일, 두산 김경문 감독은 전지훈련지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올 시즌 포수 운용 계획에 대해 입을 열었다. 기본은 '무한경쟁'이었지만, 김 감독은 경찰청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양의지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평소 콕 집어 지목하지 않는 김 감독의 스타일상 아직 전훈을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서 직접 양의지를 거론한 것은 의외의 일.
이후 두 달 반이 지나고, 대망의 2010시즌이 시작됐다. 그리고 김 감독이 거론했던 양의지는 올해 두산 '화수분야구'의 새로운 대명사로 떠올랐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2006년 2차 8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양의지는 프로 데뷔 후 2년 동안 3경기에 나선 것이 1군 출전의 전부였다. 그것도 입단 이듬해인 2007년에서야 경험한 것. 이에 양의지는 미래를 기약하고 경찰청에 입단했고, 지난해 11월 드디어 돌아왔다.
시범경기서 11타수 4안타(1홈런)를 때려내며 기대감을 모았던 양의지는 28일 KIA전과 30일 넥센전에서 8타수 3안타(2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특히, 28일 KIA전에서는 2회부터 최승환의 바통을 이어받아 포수마스크를 썼고, 안정적인 투수 리드로 팀의 대역전승(10-9)를 이끌었다. 이 분위기속에 30일 넥센전에서는 홈런포를 2방이나 쏘아올렸다. 그야말로 양의지는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사령탑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셈이다.
그 결과 지난달 31일 김 감독은 최승환을 2군으로 내려보내고 양의지, 용덕한, 이성열을 포수재원으로 남겨뒀다. 이성열이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최소 열흘 동안은 양의지가 주전포수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얘기다.
올 시즌 두산은 포수 부문에서도 치열한 내부 경쟁을 치러냈다. 기존 최승환과 용덕한에 이어 이성열이 포수로 복귀했고, '뜨거운 감자'가 된 양의지가 합류했다.
전지훈련 기간에 이들 4명은 똑같은 훈련량을 소화했고, 최승환과 용덕한은 아무런 예우(?)를 받지 못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용덕한은 "아무런 차이도 없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힘들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결국 이러한 과정 속에 시즌 초반 우선 주전 포수 자리를 차지한 것이 양의지다. 이제 겨우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양의지는 '임팩트' 있는 활약으로 단숨에 김 감독의 총애를 받게 됐다. 실제로 사령탑은 KIA전 활약을 두고 "재능도 있고 투수리드도 잘했다. 앞으로 기회를 많이 줘야겠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개막 후 4대1의 경쟁을 뚫고 당당히 선 양의지. 아직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지만, 일단 그의 야구인생 2막의 출발은 순조롭다. 자칫하면 2군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두산의 포수경쟁 속에서 양의지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의 활약 여부는 2010시즌 두산의 또 다른 화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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