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 행복했던 6선발 고민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완전히 붕괴된 선발 로테이션 탓에 하루하루가 걱정이다. 김경문 두산 감독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현재 두산은 그야말로 선발진이 무너진 상황이다. 이재우는 팔꿈치 부상으로 넉넉잡아 5월말에야 등판이 가능하고, 용병투수 왈론드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접었다. 대체선발로 한 차례씩 등판시킨 장민익, 조승수, 박정배도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1일에는 이현승마저 2회초 넥센 오윤의 타구에 왼손 중지를 맞아 교체됐다. 단순 타박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한 차례 이상 로테이션을 거를 가능성도 있다.
또 2군에 다녀온 홍상삼도 부진투를 거듭해 김경문 감독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청량제' 역할을 해줘야할 홍상삼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김 감독은 "아직 자기 페이스가 아니다. 사인대로 못던진다.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잘 알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따지고보면, 부상당한 이현승을 제외하면 두산의 확실한 선발요원은 김선우와 히메네스밖에 없다. 이현승이 부상을 입자 김경문 감독이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알 만하다. 지난 시즌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선발진 수혈에 그토록 심혈을 기울였지만, 오히려 현 상황은 지난 시즌보다 못하다.
때문에 김경문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핵심 계투요원 임태훈을 한동안 선발요원으로 투입한다는 것이다. 1일 경기서 이현승의 갑작스런 부상 후 팔꿈치 부종에서 막 회복한 임태훈을 구원등판시켜 3이닝(3피안타 2실점)이나 던지게 한 것도 그 준비과정이었다.
김 감독은 "이재우가 늦어도 5월말에는 올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빨리 돌아와서 또 아프면 감독 머리는 정말 복잡해진다. 안아픈 게 중요하다"며 "그 동안 이재우의 공백을 임태훈으로 메울 생각이다. 두산은 앞으로 변칙작전이다. 어쩔 수 없다"고 선발진 운용계획을 전했다.
임태훈은 데뷔 후 정규시즌에 한 차례도 선발등판하지 않았다. 2007년 10월 29일 SK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서 선발 등판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 그 결과도 좋지못했다. 4.2이닝을 던져 5피안타(2홈런) 3실점. 임태훈으로서는 분명 선발 적응의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일단 임태훈으로 어떻게든지 선발 로테이션을 꿰맞출 작정이다. 또 그것밖에 뾰족한 수도 없다. '라이벌' SK가 아무도 못말리는 연승가도를 달리는 사이 두산은 힘겨운 고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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