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시청률 보장'이라는 흥행 공식이 옛말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사극의 침체기가 올 상반기 안방극장에서도 지속됐다.
올 초 안방극장의 가장 큰 화두는 사극의 부활이었다.
지난해 말 남장여자 신윤복으로 출연하는 SBS '바람의 화원', 고구려 대무신왕 이야기를 그린 KBS '바람의 나라' 등이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줄줄이 시청률 참패했다.
그러나 방송 3사는 사극 부진에 마침표를 찍고 사극의 전성시대를 다시 한 번 꿈꿨다. 특히 기존 남성 위주의 사극에서 벗어나 여걸을 앞세운 대하사극으로 안방극장을 제패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나 올 상반기 안방극장에 대박사극은 없었다.
KBS 2TV '천추태후'가 지난 1월 3일 방송, 올해 첫 사극의 포문을 열었다. 드라마 '천추태후'는 한때 헌애왕후였다가 태후(채시라 분)가 된 한 여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블록버스터급 규모와 민족의 자긍심을 살린 스토리, 진취적인 여성상의 구현 등으로 기대를 모았다.
극 초반 웅장한 전투신과 빠른 전개 등으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중반 들어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찬란한 유산'에 밀리며 시청률이 1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쪽박'까지는 아니지만 '대박'을 꿈꿨던 야심찬 포부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SBS 50부작 대하사극 '자명고'는 흥행 참패를 거두며 자존심을 구겼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설화를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자명고가 북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독특한 소재와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오는 려원과 화려한 출연진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지금까지 절반 가량 방영된 '자명고'는 한자리수 시청률을 맴돌고 있는 수준. '꽃보다 남자'와 '내조의 여왕' 등 상반기 최고 흥행작과 맞붙는 등 편성의 운도 나빴지만 흡입력 부족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 등 드라마 자체의 문제도 많았다는 지적이다.
퓨전 사극 MBC '돌아온 일지매'도 흥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돌아온 일지매'는 황인뢰 감독의 실험성과 세밀한 전개, 반사전제작 시스템으로 인한 높은 완성도로 '명품사극'이라는 평을 얻었다.
그러나 영웅 일지매의 모습보다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일지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면서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며 시청률 하강 곡선을 그렸다. 20%에 육박한 시청률로 기분좋게 출발한 '돌아온 일지매'는 결국 시청률 한 자리수로 종영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사극의 연이은 흥행 실패. 그러나 올 상반기 막바지에 닻을 올린 MBC '선덕여왕'이 반격을 꾀하며 대박의 꿈을 향해 전진중이다.
50부작 대하사극 '선덕여왕'은 '천추태후' '자명고'와 마찬가지로 역시 여걸 계보를 잇는 작품.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임금인 선덕여왕과 빼어난 미모로 권력의 중심에 선 신라시대 여걸 미실의 대결이 극의 중심축을 이룬다.
현재 4회까지 방영된 '선덕여왕'의 출발은 일단 성공적.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20%대에 진입했다.
여기에 고현정의 연기 변신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으며 조금씩 자리잡는 캐릭터와 긴장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대박사극'이라는 타이틀에 조금씩 접근하고 있다.
하반기까지 계속될 이들 사극 드라마의 한판 전쟁,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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