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안방극장에 '강마에'가 있었다면 올 상반기는 '완소남' 구준표와 태봉이가 있었다.
2009년 선보인 드라마 속 캐릭터 중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단연 '까칠한 왕자님' 캐릭터다. 한때 드라마 속 다정다감하거나 무조건 여주인공을 감싸주는 남자들이 주류를 이뤘다면 올해는 강마에에서 한층 더 발전한 캐릭터가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모든 것을 다 갖춘 환경 탓에 자기중심적이고 안하무인인 남자. 자칫 건방지고 오만한 캐릭터로 미움을 살 수도 있었지만 자기 표현이 서투른 이들이 여주인공을 향한 수줍은 고백을 내뱉을 때면 시청자들의 설레임과 달콤함은 배가됐다.
올 상반기 가장 사랑받은 캐릭터는 역시 '꽃남' 구준표다.
KBS 2TV '꽃보다 남자'에서 이민호가 연기한 구준표는 역대 최강 '까칠한 왕자님' 캐릭터다. 다정다감하기는 커녕 고집불통인데다 버럭 화를 내고 상대를 무시하고,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사람에게는 가차없이 '레드카드'를 날린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자 금잔디만을 바라보는 순애보적인 모습은 여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뽀글한 파마 머리까지 잘 어울리는 '준표 도련님'이 귀한 눈웃음 날려주는 날이면 시청자 게시판은 초토화가 됐다.
10대가 구준표를 환호했다면 30대의 완소 캐릭터는 MBC '내조의 여왕' 태봉이다.
태봉이는 그동안 완벽하기만 했던 재벌 2세와는 달리 인간적인 모습이 돋보인 캐릭터. 시크하고 냉정한 퀸즈푸드 사장 허태준의 이면에 장난기 가득한 백수 태봉이, 두 가지 모습이 한 캐릭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지애(김남주 분)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 역시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캐릭터의 인기에 힘입어 윤상현은 올 상반기 최고 스타로 발돋움하는 행운을 꿰차기도 했다.
뒤늦게 '까칠남' 출사표를 낸 SBS '찬란한 유산' 선우환 캐릭터도 인기 급상승 중이다. 극중 이승기는 국내 최대의 설렁탕 업체의 사장의 손자 역인 선우환을 맡아 '1박2일'에서 보여줬던 예의바른 청년의 모습이 아닌 나쁜 남자 캐릭터로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돈을 물 쓰듯이 했으며 전재산을 압수 당한 후에도 '폼생폼사' 인생을 즐기고자 했던 선우환이 할머니의 유산을 물려받게 된 여주인공과 인생 역전이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즐거움을 준다. 여기에 여주인공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싹트면서 순애보 사랑을 펼치게 될 모습도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남자 배우들이 까칠한 왕자님 캐릭터로 인기를 모았다면 여배우들은 독한 캐릭터로 화제가 됐다.
SBS '아내의 유혹' 구은재(장서희 분)와 신애리(김서형 분)는 선과 악으로 대비되는 캐릭터. 그 어느 드라마에서 보여왔던 여주인공들보다 독한 모습을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다.
남편과 절친한 친구에게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던 구은재. 특히 다른 인물로 변신하기 위해 얼굴에 점 하나 찍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는 '구은재 따라하기 열풍'이 일어났을 정도다.
눈을 부릅 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신애리 캐릭터도 인상적이었다. "아버님" "당신 여기서 뭐하는 거야. 죽고 싶어" 등의 대사 역시 화제를 낳았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MBC '선덕여왕'의 고현정이 연기하고 있는 미실 캐릭터도 독한 캐릭터의 뒤를 잇고 있다. 청초한 미소 뒤에 표독스러움을 숨기고 있는 미실은 강인한 카리스마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인기 반열에 오를 태세다.
이밖에도 '꽃남' F4의 지후선배(김현중 분)과 소이정(김범 분)과 코믹 캐릭터로 대표되는 '아내의 유혹' 하늘 고모(오영실 분), '내조의 여왕' 지화자(정수영 분) 등의 캐릭터도 많은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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