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을 노란 물결로 만들기 위해 알몸을 제외하고 무엇이든 하겠다던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의 소원이 이뤄졌다.
성남은 11일 오후 성남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2009 K리그 5라운드에서 조동건의 두 골 등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둔 것과 동시에 홈 첫 승을 기록했다.
이미 신태용 감독은 지난달 25일 강원FC와의 강릉 원정경기에서 감독 데뷔 첫 승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강릉 홈 팬들의 뜨거운 열기에 조심스러워하며 "승리 세리머니는 홈에 가서 하겠다"고 미뤘다.
포항전을 승리로 마감한 뒤 선수들과 관중석 앞을 돌던 신 감독은 서포터가 위치한 북쪽 관중석 앞에서 그 동안 숨겨 놓았던 첫 승 세리머니를 시도했다.
정장 상의를 벗고 박수로 팬들의 호응에 답한 신태용 감독은 넥타이를 풀어 셔츠까지 벗으며 맨몸을 드러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고 앞에 있던 사진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무엇인가 더 할 것 같았던 신 감독은 바지까지 벗어버렸다. 안에는 스포츠 스타들의 자선 단체인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은 전 레슬링 국가대표 심권호가 현역 시절이던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당시 착용했던 레슬링복(일명 쫄쫄이)을 입고 있었다.
지켜보던 관중들은 소리를 지르며 더 높은 수위의 동작을 요구했고 신 감독이 다음 동작을 취하려 하자, 이번에는 천마 가면을 쓰고 레슬링복을 착용한 심권호가 나타나 심 감독의 등에 올라탄 뒤 넘어트렸다.
이후 레슬링 기술인 파테르로 신 감독을 굴리자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졌다. 정신을 못 차리는 신 감독을 향해 관중의 환호가 더욱 커지고 배경음악으로 '람바다'가 나오자 신 감독은 몸을 흔들며 춤추기 시작했고 주변을 에워싼 선수들은 일화에서 만드는 탄산음료를 뿌리며 기쁨을 함께했다.
세리머니 후 인터뷰에서 신 감독은 "다시는 못하겠다"라며 손사래를 친 뒤 "감독의 위신도 있고 이제는 경기에 몰두해서 팀을 어떻게 하면 6강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 지 구상하겠다. 너무 힘들었다"고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세리머니를 펼쳤던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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