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 47분 축구공이 FC서울 기성용(19)의 발을 떠나는 순간 빅버드(수원 월드컵경기장의 애칭)는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잠시 후 남쪽 관중석에 자리잡은 검븕은 색의 원정응원단에서 함성이 터저나왔다. 결승골은 그만큼 극적이었다.
29일 저녁, 빅버드 대회전을 마무리 짓는 고금복 주심의 호각이 울리자 FC서울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승리를 만끽했다. 검붉은 원정 팬들은 폭죽과 홍염을 터트리며 챔피언에 등극이라도 한 듯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더불어 '라이벌' 전의 새로운 영웅 기성용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날 빅버드의 주인공은 FC서울과 기성용(19)이었다. 영웅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쌍용'의 한 축 이청용(20)의 도움도 컸다.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들어가는 기성용을 본 이청용이 긴 패스를 시도했고 수원의 양상민이 머리로 잘라낸다는 것이 뒤로 흘렀다. 이를 잡은 기성용이 수원 이운재 골키퍼가 전진한 것을 보고 가볍게 하늘로 띄웠고 공은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기성용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이청용이 좋은 패스를 해줘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경기 전 이청용과 좋은 플레이를 하자고 약속했다. 호흡도 잘 맞는다"고 이청용에게 신뢰를 표시했다.
오랜 2군 생활을 했던 둘은 지난해부터 팀의 중심으로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올 시즌에는 기성용이 4골 1도움, 이청용이 6골 6도움을 기록하는 등 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이청용은 지난해 컵대회 도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대는 이들의 킬러 패스와 과감한 돌파력을 항상 놓치며 무너졌다. 대표적으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북한과의 1차전.
당시 0-1로 끌려가던 한국은 기성용이 과감하게 전방에 침투해 김두현의 패스를 받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 간신히 1무를 얻어냈다. 기성용의 순간적인 공격 본능이 뿜어낸 골이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보고 온 뒤 이들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기성용은 "한계를 느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해 힘을 키우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해야한다"면서 자신을 되돌아봤다.
올림픽 후 재개된 정규리그, 컵대회에서 기성용은 올 시즌 기록중인 공격포인트를 모두 쏟아냈다. 이청용도 2골 1도움으로 팀 무패행진의 공신이 됐다.
둘은 국가대표에 함께 선발된 뒤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합작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내는 등 FC서울과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젊은 패기로 승리욕을 불태우는 이들의 맹활약에 서울과 대표팀에 함박웃음이 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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