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취재진을 특유의 너털 웃음으로 맞이한 프로축구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은 "변두리 매치 아니냐"며 웃어보였다. 30분 차이로 열리는 수원 삼성-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더 흥미를 끌지 않느냐는 소리였다.
상대팀 전남 드래곤즈 박항서 감독과는 30년 지기. 서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최 감독은 "(전북은) 잃을 것이 없다. 전남이 이기려고 하면 더 안될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뒤이어 만난 전남의 박항서 감독도 "형제간에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반드시 경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남은 정규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이 사실상 멀어진 상황이라 무엇이든 성과를 내고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두 감독의 생각대로 8일 저녁 전주성(전주 월드컵경기장의 애칭)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컵 2008 플레이오프 전북-전남의 경기는 뜨거움 속에 치러졌다.
탐색전을 펼치던 경기는 원정팀 전남이 전반 30분 선제골을 넣으며 달아올랐다. 페널티지역 왼쪽 밖에서 송정현이 올린 프리킥이 문전 혼전 중 전북 수비수의 몸을 맞고 나온 것을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남의 득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전반 41분 미드필드 중앙에서 백승민의 슈팅이 권순태를 맞고 나오자 달려든 이규로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추가골을 작렬했다. 순식간에 전주성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전북이 아니었다. 전반 49분 신광훈이 추격골을 넣은 것.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의 키커로 나선 루이스가 강하게 골문으로 킥을 시도했고 골키퍼 염동균이 펀칭한 것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신광훈이 골로 연결했다.
후반 7분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국가대표에 처음으로 선발된 '무회전 프리키커' 김형범을 투입했다. 감 좋은 김형범의 발을 믿어보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후반 10분, 또 다시 전남이 골을 터뜨렸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송정현이 올린 프리킥을 곽태휘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사용한 전북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들어 헤딩 슈팅한 것이 골이 됐다.
다급한 전북은 외국인 공격수 다이치를 투입, 총공세에 나섰다. 이에 전남은 여유롭게 경기 운영을 하며 골을 지키는데 주력했다.
후반 추가시간 7분이 주어졌다, 전북은 볼을 외곽으로 돌리며 시간을 끄는 전남을 몰아붙였고 루이스가 김형범의 패스를 받아 회심의 슈팅을 날렸지만 왼쪽 포스트를 벗어나며 아쉽게 기회는 날아갔다. 승리는 전남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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