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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기 '동네한바퀴', 무주 생연어·삼굿구이·반디랜드·어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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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무주는 '머무르는 곳'이다. 변화무쌍한 세상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가진 것을 지켜나가는 곳. 군 전체가 소백산맥에 속한 무주는 터전의 대부분이 고원지대, 금강 상류에 위치한 탓에 좁고 깊은 골짜기를 따라 계곡이 발달했다.

자연히 오고 가는 것이 어렵고 겨울은 유난히도 긴 동네였다. 그 길고 긴 겨울 속에서 무주 사람들은 인내를 배웠다. 새로운 것들을 얻고 익히기보다는 청정 자연의 가까이서 삶의 방식을 만들어갔다.

'동네 한 바퀴' 이만기가 무주 생연어, 삼굿구이, 반디랜드, 어죽 등을 소개한다. [사진=KBS]
'동네 한 바퀴' 이만기가 무주 생연어, 삼굿구이, 반디랜드, 어죽 등을 소개한다. [사진=KBS]

교통이 발달해 많은 이들이 오가고 호남의 유일한 스키장을 가진 동네가 되었어도 무주는 여전히 '호남의 알프스' 때 묻지 않은 산수의 고장이다.

이에 25일 방송되는 KBS1 '동네한바퀴'에서는 서두르지 않고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무주에서 소박하지만 소중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우리나라 내륙 정중앙에 위치한 전라북도 무주. 산과 계곡이 많은 무주는 예부터 무예인의 땅이었다. 실제로 무주에서는 오래전 구천 명의 호국 무사들이 이곳의 자연을 무대 삼아 훈련을 해왔다는 말이 전해진다. 과연 높은 산, 깊은 골짜기에서 다잡는 기세라면 무엇이든 다 이겨낼 수 있지 않았을까.

숱한 세월이 흘러 무주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태권도의 성지가 됐다. 해발 1043m 백운산자락에 위치한 태권도원은 우리 문화유산, 태권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태권도 공연장, 박물관, 전용 경기장, 전망대까지. 태권도원은 커다란 공원을 품어 태권도인들은 물론 일반 관광객들이 쉴 곳을 마련했다. 세계 유일의 태권도에 의한, 태권도를 위한 공간이라니 누구나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태권도원을 걷던 이만기는 공원에서 훈련 중인 태권도 꿈나무들을 만난다. 한평생 체육인으로 살아온 그에겐 유달리 더 남다르게 보이는 아이들. 분야는 다르지만 말 없이도 통하는 마음이 있다. 산천초목이 응원하는 굳은 결기를 선물 삼아 이만기도 무주에서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본다.

유난히도 추운 지방이어서일까. 무주엔 소나무가 많다. 소나무는 겨울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 물질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한다. 비바람에 더 강해지는 건 사람도 나무도 마찬가지다.

소나무 군락이 마을을 둘러싸 '솔다박'이라 불리는 마을엔 소나무를 닮은 어머니들이 산다. 무주의 대부분 지역이 다 그렇지만 솔다박 마을 역시 산간 지역이라 농사가 여의치 않았다. 자식 낳아 먹고 사는 일이 늘 빠듯했고 왜 그리 거둬야 할 식구들은 많은지. 전기도 안 들어오는 마을에서 둘러봐도 보이는 건 소나무뿐. 그래도 마을에 들어오는 액을 막고 복을 불러다 준다는 소나무 숲이라 겨우 떨어진 수피며 나뭇가지만 주워 불을 땠단다. 그래도 고마웠다. 속상할 땐 마음 터놓고 울 곳이 있어서. 솔다박 어머니들에겐 그렇게 친구 같고, 친정 부모 같고, 효자 같은 소나무들.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에서도 홀로 푸르러서 이 계절엔 솔잎을 주워다가 술을 빚으신단다.

세상살이 다 잊고 싶을 때 담아 홀짝홀짝 마시는 솔잎주는 어머니들의 행복. 이 겨울에도 여지없이 모인 일명 '솔다박 칠 공주' 어머니들은 술을 빚는 건지 수다를 떠는 건지 연신 웃음 만발이다. 여기에 이만기의 노랫가락까지 얹어 오늘은 유쾌한 축젯날, 그 즐거운 한때를 함께해본다.

'덕이 많고 너그럽다'는 덕유산을 품은 동네. 전라북도 무주에서 바라보는 산 능선은 그 이름을 따라 완만하고 곱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물길은 계곡을 따라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으로 향한다. 28km의 여정, 물이 가는 계곡엔 폭포, 기암절벽 등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무주에서는 이곳을 '구천동 33경'이라 부른다. 가는 길목마다 절경이니 9경, 11경도 아닌 무려 33경의 명소들이 즐비하게 된 것이다.

무주군은 이곳의 옛길을 복원하고 중간마다 목교, 데크 로드를 놓아 일명 '어사길'을 만들었다. 덕분에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맑은 계곡물과 담, 소, 수목들을 벗 삼아 산책할 수 있다. 평지에 가까워 걷기 좋은 길, '어사길'을 따라 무주가 가진 천혜의 자연 속으로 빠져들어 가 본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무주. 구천동 계곡물을 따라 걷다가 횟집 하나를 발견한다. 상권은커녕 이렇다 할 민가조차 드문 산속에서 횟집이라니, 무슨 사연일까. 알고 보니 홀로 된 98세 노모를 모시기 위해 6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이은홍 씨. 나고 자란 곳이지만 젊은 시절 울산으로 떠나 35년 넘게 외지 생활을 했던 그는 사실상 도시인 체질. 간장 종지에 새우젓 하나 올려 끼니 때우시는 어머니가 눈에 걸려 왔어도 귀촌은 또 딴 세상일이더란다.

그렇게 이런저런 농사에 도전하다가 실패를 거듭한 그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산에서 생연어, 생송어 키우기다. 주변에서는 만류했지만 이미 더 실패할 것도 없겠다 싶어 시작한 연어 송어 양어장은 알음알음 소문이 나 이젠 제법 성업 중이다.

사실 장사보다 중요한 건 노모를 모시는 일이라는 부부. 집 바로 옆에 가게를 둔 덕에 이젠 어머니 삼시세끼 차려드리는 건 일도 아니라는데. 다행히 백수를 앞두고도 정정하신 어머니. 도시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온 부부에게 노모의 칭찬 한마디는 하루를 살게 하는 큰 힘이 된다. 귀촌 부부의 효심이 담겨 더 고소하고 쫄깃한 생연어 한 상을 맛본다.

추운 겨울을 마무리하고 따뜻한 봄맞이 준비가 한창인 시기. 비료 더미가 가득 쌓인 논밭 주위를 걷다가 큰 솥을 들고 가는 마을 주민을 만난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삼굿구이를 해 먹는다는데, 조선시대 삼베를 삶던 전통 방식을 응용하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이 음식에는 이 동네 어르신들의 추억이 가득 담겨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어린 시절 돼지고기와 감자 달걀 등 여러 가지 재료들이 담긴 솥을 땅에 묻고 불에 달군 돌을 올려 뜨거운 열과 수증기로 재료들을 익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삼굿구이. 이 음식을 하는 날은 온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잔칫날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맛보는 고기 한 입의 깊은 맛을 잊지 못해 최근 다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삼굿구이를 해 먹기 시작했고 이는 이 마을 사람들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만기는 이들과 함께 삼굿구이를 나눠 먹으며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을 느껴 본다.

민가가 딱 3채뿐이던 자그마한 동네. 마을이라고도 부를 수 없었다는 작은 동네에는 팔십 평생 마을을 떠나본 적 없는 김태곤 어르신과 아내 박동림 어르신이 산다. 예나 지금이나 말 그대로 오지 중 오지였던 이곳은 땅이 작고 척박해 농사가 잘 되지 않았던 열악한 터전. 이제 막 백년가약을 맺은 젊은 부부에겐 매 순간이 혹독한 겨울 같았던 곳이었다.

그래도 자식 다섯 어찌어찌 키워 출가시키고 홀로 된 아버지 모셔 잘 보내드린 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부부. 오갈 데 없이 힘들어도 지난한 고생길 혼자는 아니어서 행복하셨단다. 그렇게 서로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된 두 어르신은 아직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는 천생 잉꼬부부, 미소만큼은 아직도 청춘이다. 이젠 자식 같은 소 한 마리와 함께 또 한 해의 봄을 준비하신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 부부는 기다리고 인내하며 매 순간 인생의 새봄을 일궈냈다. 더 바랄 것 없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부부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공기가 맑고 산세가 좋은 전라북도 무주엔 여름이면 청정지역의 상징이라 불리는 반딧불이가 쉽게 관찰된다. 다슬기에 붙어 자라나는 반딧불이 애벌레는 심산유곡이 발달한 무주에서 자라기 좋다. 실제로 전라북도 무주는 반딧불이 최대 서식지로 손꼽히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반딧불이 보기가 쉽지 않은 시대, 무주는 반딧불이와 희귀 곤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체험학습 교육 공간 '반디랜드'를 세웠다. 곤충박물관, 반딧불 연구소, 반딧불이 서식보호지 등으로 구성된 시설은 자연보호의 소중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환경 지표종인 반딧불이가 집단 서식한다는 건 그만큼 무주의 환경이 때묻지 않은 그대로라는 것. 어른들에겐 추억을, 아이들에겐 신비함을 전하는 반디랜드에서 산골 생태도시 무주의 자연과 하나 되어본다.

민물고기를 푹 고아 갈아낸 후 각종 양념을 넣어 만드는 음식 어죽. 전라북도 무주에 와서 어죽을 먹지 않으면 무주에 왔다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무주의 어죽은 깊은 맛을 담고 있다.

무주 5일장 시장 안에 서로 꼭 닮은 모녀가 운영하는 작은 어죽 집이 자리 잡고 있다. 아버지가 직접 배를 끌고 나가 잡고 어머니가 내다 팔아온 민물고기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가족의 생계를 이어나가게 해준 아주 고마운 존재였다. 춥고 비 오는 날에도 어머니는 가족들을 위해 물고기를 짊어지고 장으로 향했다. 그 모습이 마음 아파 딸 윤정씨는 어머니에게 조그마한 가게를 제안했고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끓여주던 어죽이 손님들의 식탁으로 나오게 되었다.

유년시절 함께 나누던 추억에 노력이 더해져 완성된 이 집만의 어죽. 그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발걸음이 많아진 지금도 모녀는 항상 가게를 지키며 찾아오는 이들의 속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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