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볼 운동을 시작한 건 이제 2주 정도 됐네요."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박정아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발목 수술을 받았다. 고질적인 부상이었고 V리그 경기 일정 때문에 뒤로 미뤘던 수술이다.
박정아는 이 때문에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수술 부위 회복이 우선이었고 재활에 초점을 맞추고 오프시즌 대부분을 보냈다.
그래서 한동안 태극마크와도 인연이 없었다. 박정아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여자배구대표팀 경기를 TV 중계를 통해 지켜봤다.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2019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과 2020 도쿄올림픽 세계예선전. 그리고 지난달 끝난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을 코트가 아닌 바깥에서 봤다.
'라바리니호'는 1차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세계예선전에서 러시아에 역전패해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안방에서 처음으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우승을 노렸으나 3위에 머물렀다.
그때마다 배구팬들은 박정아가 빠진 빈 자리를 아쉬워했다. 대표팀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밖에서 지켜본 박정아 역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박정아가 드디어 라비리니호에 승선한다. 여자배구대표팀은 오는 14일부터 29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2019 월드컵에 참가한다. 박정아도 대표팀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도 혼쾌히 박정아의 대표팀행을 허락했다. 그는 1일 진천선수촌으로 가 오랜만에 대표팀 동료들과 재회한다.
그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라바리니 감독 부임 후 첫 태극마크다. 박정아는 대표팀 합류에 앞서 소속팀 경기에 나서 컨디션을 점검했다. 지난달(8월) 30일 홍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시범경기다.
KOVO(한국배구연맹) 주최 2019 홍천 전국 유소년 클럽배구대회를 맞아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두팀이 유소년 선수들을 위해 시범경기를 가졌다. 박정아도 많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코트에 나와 경기를 뛰었다.
그는 경기 후 현장을 찾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상 컨디션이 100점이라면 지금은 70~80점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재활 중이라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지만 대표팀 합류에 대해 기대도 크다.
도로공사에는 라비리니 감독과 VNL부터 세계예선전, 아시아선수권을 함께한 선수가 있다. 베테랑 세터 이효희를 비롯해 미들 블로커 정대영, 그리고 대표팀에서 백업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임무를 맡았던 하혜진이다.
박정아는 "(이)효희, (정)대영 언니에게 라바리니 감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며 "말도 많고 특히 벤치에서 내는 사인이 많다고 하더라. 월드컵에 나서는 대표팀 멤버 중 내가 유일하게 (라바리니 감독을)처음 보게 되는데 걱정도 된다"고 웃었다.
박정아는 라바리니호에서 상황에 따라 레프트가 아닌 라이트로서 코트에 나설 수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주포 김연경(엑자시바시)에 몰리는 공격 부담을 줄이고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공격 옵션 찾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재영(흥국생명) 이소영, 강소휘(이상 GS칼텍스) 표승주(IBK기업은행) 등이 있지만 사실상 김희진(IBK기업은행) 혼자 버티고 있는 대표팀 라이트 자리는 보강이 필요하다. 박정아는 장신 스파이커라는 장점도 갖고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그림은 레프트 자리에 김연경과 박정아가 정상 컨디션으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 상황은 그렇지 않다. 라바리니 감독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박정아의 합류는 필요했다.
박정아는 "어떤 자리든 상황에 맞게 플레이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오랜만에 다시 대표팀에 들어가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도 있다"고 다시 한 번 웃었다.
월드컵은 FIVB 세계랭킹 포인트 때문이라도 허투로 넘길 순 없는 대회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아시아배구연맹(AVC) 소속 팀 중 2번 시드를 받고 이번 대회에 나선다.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통한의 패배를 안겼던 러시아와 월드컵을 통해 다시 한 번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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