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저에게는 기회였죠. 좋은 곳이었고 더 발전할 수 있는 자리가 됐어요."
지난 2016년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병역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를 선택했던 정수빈(28)이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돌아왔다. 그는 남들은 피하려고만 하는 군대를 기꺼이 다녀왔다. 그곳에서 야구에 대한 답을 얻었다.
지난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홈 경기에 앞서 '예비역' 정수빈을 만났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는 "야구가 잘되면 표정은 좋을 수밖에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그는 전역 후 5경기를 치렀다. 타격 성적은 좋다. 15타수 6안타 2홈런을 기록하고 있었다. 타율은 4할. 불방망이다.
12일 사직구정에서 치른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경기에서는 연타석 홈런까지 쏘아 올렸다. 이유있는 미소다.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을 한층 끌어 올리고 있는 소속팀 두산에게도 돌아온 정수빈은 반갑기만 하다.
그는 "익숙했다. 긴장은 했지만 잠실구장이 어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료들도 그를 반겼다. 정수빈은 "팀 동료들이 '너는 어제도 본 것 같다'고 하거나 '군대를 언제 다녀왔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며 "사실 나도 빨리 다녀온 것 같다. 군대가 내 집이라 생각하고 지냈다. 편하게 보냈다"고 웃었다.
물론 심적으로 편했다는 의미다. 정수빈은 "입대 직전까지만 해도 야구에 흥미를 잃었었다"며 "성적도 좋지 않으니까 마음이 늘 불편했다. 야구에 대한 마음, 야구를 더 재밌게 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반전 계기가 된 것이 바로 군 입대였다. 그는 "군대에서 그토록 찾고 싶었던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2년이란 시간이 준 여유였다. 그는 "2년이라면 짧은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야구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 타격 스타일 상 홈런 타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야구에 대해 바꾸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얘기했다.
편하게 마음을 가지려고 했고 그렇게 했다. 정수빈은 "경기가 없는 날이거나 경기를 치르지 않는 시간에는 보통 자면서 푹 쉬고 운동했다. 이런 반복되는 일정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정수빈이 군대 생활을 대하는 방법은 제법 매력적이다. 그는 "선수들마다 다를 것"이라고 전제를 두며 "특A급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보통 군대는 나이 어린 선수들이 먼저 간다. 그래서 내게는 오히려 기회였다. 좋은 곳이었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군 생활을 되돌아봤다.
그에게는 어쩌면 군 생활보다 소속팀 내부 경쟁이 더욱 힘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정수빈은 준비가 돼있다. 그는 "우리 팀은 백업과 선발의 차이가 가장 적은 팀이다. 약간의 차이가 출전 기회를 만든다"라며 "경쟁에서 이겨야하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군대를 기회로 살린 예비역의 힘이 '가을 야구'를 향해 달리고 있는 두산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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