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명승부를 기대했는데…"
29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데이빗 헤일(한화 이글스)이 고열로 등판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여기저기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반기 한화의 에이스 역할이 기대되는 헤일과 두산의 '린철순' 조시 린드블럼의 투수전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지금 낼 수 있는 투수가 범수 밖에 없다. 2군 선수들이 부산에서 경기를 하고 있어 불러올릴 형편도 안된다"며 "오늘은 편안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계획이 헝클어진 까닭에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하겠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때로는 꿩대신 닭이 더 영양가 있을 때도 있다. 이날 경기가 바로 그랬다. 말 그대로 '땜질' 선발'로 나선 김범수가 기막힌 호투로 린드블럼과 한치의 양보도 없는 마운드 대결을 펼친 것이다.
불과 이틀전 같은 팀을 상대로 구원등판해 0.2이닝 2피안타 2실점한 투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피칭이었다. 1회말 선두 박건우를 좌전안타로 내보내면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내리 3타자를 삼진 1개 포함해 잡아내더니 3회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1회 두 번째 타자 허경민부터 3회 마지막 타자 박건우까지 9명의 타자를 연달아 아웃으로 연결시키며 박수를 받았다.
린드블럼은 명불허전이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수 중 하나로 꼽히는 그는 1회 정근우-정은원-강경학을 삼자범퇴로 가볍게 처러한 뒤 4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었다.
김범수가 4회말 1사 만루에서 김재호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첫 실점하자 린드블럼도 5회초 1사 2루에서 최재훈의 3루수 땅볼 때 1루수 오재일의 송구실책으로 동점을 내줬다.
김범수는 5회말 2사 1,3루에서 허경민과 3루주자 이우성의 현란한 이중도루로 역전 점수를 내줬지만 투수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다만 1-2로 뒤진 6회 김재환과 오재일을 연속 삼진처리한 뒤 김재호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한 것은 옥에 티였다. 볼카운트 2-0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144㎞ 직구가 밋밋하게 들어간 결과다.
이날 그의 기록은 6이닝 4피안타 3실점. 삼진 6개를 솎아내면서 볼넷은 2개만 허용했다. 공은 정확히 100개를 던졌다. 기대 이상의 투구이자 한화가 경기 중반 이후까지 따라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린드블럼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5회 유일하게 1실점한 그는 흔들림 없는 투구로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한화 타선을 꽁꽁 묶었다. 변함없이 홈플레이트 뒤 본부석에서 그의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믿음직한 투구로 1선발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보여줬다.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두 투수의 마운드 대결은 한여름 삼복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만든 이열치열 피칭이었다. 주인공이 헤일이 아닌 김범수로 바뀌었을 뿐 명품 투수전은 예정대로(?) 잠실에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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