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한국이 독일을 이기는 것을 기억했을까, 러시아가 놀라운 집중력과 활동량으로 스페인의 패스를 경기 운영 수단 중 하나로 전락시켰다. 결과는 승부차기로 갈렸지만, 토너먼트에서 이기려 내세우기에는 충분한 전략이었다.
러시아는 1일 오후(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스페인과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전을 치렀다. 홈 이점이 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스페인에 밀리는 러시아는 플랫3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역습에 승부수를 던졌다.
사실상 플랫5 수비였다. 최전방 알렉산다르 골로빈을 제외하면 거의 중앙선을 넘어오지 않았다. 골로빈이나 후반 교체로 나선 페도르 스몰로프도 중반 이후에는 수비에 가담했다.
전반 11분 프리킥에서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의 자책골이 나왔다. 스페인이 손쉽게 앞서갔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러시아의 지역 방어를 제대로 허물지 못했다. 잔패스인 '티키타카'를 시도했지만, 몸을 던져 막는 러시아 수비 앞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스페인은 패스를 열심히 했지만, 전방의 디에고 코스타를 향해 쉽게 연결하지 못했다. 러시아 수비가 정말 탄탄해 공간 창출 자체가 정말 어려웠다. 패스가 연결돼도 태클에 막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물론 스페인의 패스는 상당히 빨랐다. 중앙에서 측면으로, 다시 중앙으로 연결해 슈팅까지 가져가는 한 번의 공격 전개가 14초 이내였다. 러시아의 수비에 막혀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뛰면서 공간을 최대한 주지 않고 버티는 것이었다. 41분 아르템 주바가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은 뒤에도 얻은 공격 기회는 많지 않았다.
스페인은 후반 패스마스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까지 투입하는 등 중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22m 내에 필드플레이어 10명이 버티고 있는 러시아의 수비를 깨지 못했다.
오히려 러시아의 활동량이 더 눈에 띄었다. 후반 25분까지 스페인의 뛴 거리는 75㎞, 러시아는 80㎞였다. 후반 종료 시점에서는 100㎞-106㎞로 더 벌어졌다.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는 지난달 27일 독일을 2-0으로 이긴 한국을 보는 느낌이었다. 한국은 피로한 독일을 이기기 위해 두세 발씩 더 뛰었다. 118㎞를 뛰며 115㎞의 독일을 압도했다. 많이 뛰며 독일을 지치게 한 뒤 후반 추가 시간에 두 골을 넣는 강력한 뒷심을 발휘했다.
러시아도 비슷했다. 플랫3 수비는 측면 가로지르기(크로스)를 몸을 던져 막았다. 워낙 견고해 스페인이 무의미하게 볼을 돌리는 횟수가 늘어났다.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최진철-홍명보-김태영으로 이어지는 철의 플랫3 수비를 보는 느낌이었다.
집중력은 연장전에서도 그대로였다. 스페인은 어떻게든 골을 넣으려 전진했지만, 흐트러짐 없는 러시아 수비 공략에 실패했고 승부차기에 운명을 맡겼다. 최종 활동량이 135㎞대146㎞일 정도로 러시아는 끝까지 버텨냈다. 승부차기에서도 고도의 집중력으로 승리하며 홈팬들 앞에서 토너먼트에 오를 자격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스페인의 패스 1천137개는 비효율적인 기록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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